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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 10만명에 이를 수도"…올해 들어 102배 폭증 日 초긴장

자택요양 늘며 가족 동반감염 및 재감염 사례 늘어
"이렇게 가다간 10만명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박병진 기자 | 2022-01-24 14:21 송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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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집계 이래 최초로 5만명을 넘어섰다. 방역 비상조치에 무감해진 시민들의 외출이 계속되고, 자택요양 급증으로 가정 내 감염이 잇따르며 확산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오키나와발 지역감염이 본격화된 지난 4일 석 달만에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1000명을 넘긴 데 이어 8일 만에 1만명을 돌파했고 22일에는 5만4576명, 23일에는 5만30명을 기록했다. 새해 첫날 일본의 확진자 수는 534명에 불과했으나 23일에는 5만4572명으로 3주 만에 약 102배 폭증했다. 중증 환자 수도 연초 51명에 불과했으나 23일 기준 그 8배인 430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도쿄도 등 수도권 3현 등 16개 광역자치단체에 준 긴급사태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를 선포했으나 번화가의 인파는 여전하다. 아사히뉴스네트워크(ANN)는 중점조치 적용 후 첫 주말 하루 확진자가 5만명을 넘었는데도 도쿄도내에는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23일 도쿄의 확진자 수는 9468명으로 집계되면서 3일 연속으로 9000명을 넘었다. 이날 해가 진 뒤 하라주쿠와 시부야 등 도쿄의 번화가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한 20대 남성은 ANN 인터뷰에서 "쇼핑을 하러 나왔다"며 "집에 가서 알코올이니 살균이니 같은 걸 하면 괜찮을 것"이라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한 고교생은 "양복을 사러 나왔다"며 "평소 자숙하고 있으니까 가끔은 (외출도)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다. 마음이 해이해지는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하라주쿠 거리를 걷던 대학생은 "처음엔 신주쿠에서 놀다가 단 걸 먹고 싶어서 하라주쿠에 왔다"며 "밥을 먹는 건 삼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 더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의 오미 시게루 회장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상충된 의견을 내면서다. 오미 회장은 "인파 억제가 아니라 인원 제한이 키워드"라며 "집에 머물거나 외출을 자제하거나 문을 다 닫을 필요까진 없다"고 발언한 반면 고이케 지사는 "불필요한 외출 자제를 강하게 부탁한다. 불필요하게 도나 현의 경계를 넘는 이동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도쿄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서 간호사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일본 도쿄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서 간호사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중증 안 된다고 자택요양 늘어…가정내 감염·재감염 속출

외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미크론 변이 특성 상 중증 사례가 적어 자택 요양자가 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가정 내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요양하는 사람이 일본 전역에서 10만명을 넘는다고 전했다. 자택 요양자가 늘면 병상 사용률이 지난 5차 유행 때보다 적다는 이점은 있지만 부작용이 있다. 환자와의 격리가 어렵고 가정 내 감염이나 재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도쿄도 내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지난 18일 양성 판정을 받은 9세 아들을 2층으로 격리했지만, 나흘만에 6세 딸도 감염됐다. 어린 딸은 부모와 떨어져 잘 수 없어 쓰레기봉투를 테이프로 연결한 커튼을 이불 사이에 설치해 쓰고 있다. 이 남성은 "집안에서 감염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들이 돌파 감염 되는 사례도 나온다. 도쿄도 지요다구의 27세 남성은 2020년 여름 후쿠오카현에 출장을 갔다가 감염된 경험이 있고 백신을 2차까지 맞았지만 지난 17일 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또 코로나19에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어디서 감염됐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감염력의 강도에 놀랐다고 밝혔다.

진단검사가 지연되고 숙박 요양시설이 부족해져 가정 내 감염이 확산되는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남편과 아이 4명과 함께 사는 오키나와시의 53세 사무직 여성은 이달 들어 본인 외 가족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2주가 넘도록 가족들이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처음에 증상을 보인 건 23세 차녀로, 지난 4일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지만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가능한 시설은 예약이 꽉 차서 3일 뒤에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차녀는 호텔에서 숙박 요양을 희망했지만 오키나와현은 "빈 방이 없다"며 거절당했다.

가족 간의 식사 시간을 다르게 하는 등 차녀와 생활 패턴에 차이를 뒀지만 결국 가족들은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성은 "차녀가 숙박요양시설을 쓸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지 모른다. 감염자 급증으로 대응이 어려운 건 알지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21일 도쿄 신주쿠의 한 거리. © AFP=뉴스1
21일 도쿄 신주쿠의 한 거리. © AFP=뉴스1

◇"10만명 나와도 안 이상해"…일본 2월 초 정점 예상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스가 요시히데 정권 당시 후생노동상을 지낸 다무라 요시히사 중의원 의원은 "(확진자가) 하루 10만명에 이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말과 연초부터 감염이 급속하게 확산하는데다 오미크론의 전염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의 사례를 들며 "해외 사례를 보면 마스크를 하고 있는 일본이라고 해도 나름대로의 감염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내 확산세가 아직 정점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오미크론' 변이가 앞서 확산된 나라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감염이 정점을 맞아 감소세로 돌아설 때까지의 기간이 평균 27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미크론 변이가 남아공에서 발견된 지난해 11월 이후 7일간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날을 기점으로, 기점에서 신규 확진자가 10% 이상 줄어든 날을 종료일로 계산했다.

계산 결과에 따르면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가우텡주의 경우 지난해 11월17일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난 뒤 31일 만인 12월 중순 정점이 끝났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해 12월15일 감염 확산 국면을 맞아 지난 14일 감소 시작까지 30일이 걸렸다. 파리(24일)나 런던(23일) 등 전 세계 주요 4개 도시의 평균 기간은 27일이었다.

이 신문은 이어 일본 수도 도쿄의 경우 지난 4일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 18일째를 맞고 있으며,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정점은 오는 2월 초가 된다고 전했다.

다만 와다 코우지 국제의료복지대학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전염력 때문에 감염의 파도가 일단 가라앉더라도 오는 3, 4월에 다시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미국과 같이 감소하기 시작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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