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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사라진 은행 점포…노인들 “모르는 것도 서러운데 발품까지”

대전 5년 새 은행점포 36개↓…은행들 “방문 고객 급감”
기존 ATM 코너에 미니점포 등 디지털 소외계층 배려 필요

(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2021-11-26 06:00 송고
디지털금융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시중은행 점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노년층들이 은행일을 보기 위해 먼거기를 이동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News1 
디지털금융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시중은행 점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노년층들이 은행일을 보기 위해 먼거기를 이동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News1 
#.친목 모임 총무를 맡고 있는 A씨(68·여)는 지난해 가을 집 근처에 있던 한 시중은행 점포가 사라지면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회원들의 회비납부 현황과 잔액 등을 살펴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웃 동네에 있는 지점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킹 접근은 아예 엄두도 못 내는 데다 폰뱅킹도 계좌번호 등을 빠르게 누르지 못하는 탓에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프다고 한다.

디지털금융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시중은행 점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시행된 지 1개월 가까이 됐지만 은행 영업시간은 여전히 한 시간 단축 운영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노년층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대전시내 일반은행 점포 수는 지난 6월 기준 116곳(출장소 포함)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17개 보다 1곳, 지난 2015년 152곳에 비해서 36곳 감소했다.

은행 점포 수 감소는 전국적인 추세다.
실제,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점포수는 총 6326개로 지난해 12월(6405개) 대비 79개 감소했다. 새롭게 신설된 점포는 11개, 폐쇄된 점포는 90개에 이른다.

시중은행들이 영업점들을 줄이는 것은 무엇보다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 은행들이 대규모 신도시 개발지역, 신흥 상권 등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영업점을 집중시키는 효율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네마다 있었던 은행 점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 소재 모 은행 직원 B씨(32·여)는 “개점 후 약 1시간30분 정도가 지나면 대기 시간 없이 업무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점포방문 고객이 많지 않다”며 “카드 재발급, 대출 등의 고객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노년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점포 수가 줄면서 인터넷뱅킹 등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분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점차 이용자가 줄고 있는 대면 창구거래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 사실 직원들에게도(점포수 감소현상이)고용 불안 등 민감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에 따라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영업시간이 축소되면서 고객들의 점포 이용은 더욱 힘들어졌다.

더욱이 지난 1일부터 ‘위드코로나’가 시작됐지만 은행들은 축소된 영업시간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측의 입장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터넷뱅킹 조회서비스 이용 비중(건수 기준)은 93.2%에 달하는 반면 창구를 찾는 고객은 4.8%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은행들이 점포 문을 닫기에 앞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한층 까다로워진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시중은행들의 점포 감소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 이성환 이사장은 “생활 전반이 디지털,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계층간·연령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라며 “편의점, 기존 ATM 코너 등에 미니점포를 설치하는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다각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m50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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