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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나쁜 도둑X"…놀이터 온 외부 아이들 '기물 파손' 신고한 회장님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1-11-09 14:58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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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평소 오후 6시30분이면 귀가해야 할 아이가 두 차례 전화에도 연락 두절 상태여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경찰한테 연락이 왔다"며 "우리 아이가 기물 파손죄로 신고가 들어갔다는 전화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급히 가보니 우리 아이 포함해 총 5명의 초등학생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아이들은 연락받고 도착한 부모를 볼 때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경찰로부터 출동 사유를 듣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고. 그는 "아파트 입주민 회장이 타 지역 어린이들만 골라서 관리실에 잡아두고,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CCTV를 봐도 아이들이 기물 파손한 정황은 없었으며 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타 지역 어린이는 이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분의 논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욕을 하고 심지어 휴대전화, 가방, 자전거 등을 전부 놀이터에 두고 따라오라고 해서 연락이 안 된 거였다. 경찰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과 잡혀간 아이가 적은 글. (청와대 국민청원 / 네이버 카페 갈무리) © 뉴스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과 잡혀간 아이가 적은 글. (청와대 국민청원 / 네이버 카페 갈무리) © 뉴스1
끝으로 청원인은 "타 아파트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이 뭔 죄가 있는지 아직도 우리 아이에게 설명을 못 해주고 있다"며 "과연 놀이터 주인은 누구냐. 아이들이냐, 입주민 회장이냐"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이 공개됐다. 아이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고 물어봐서 'XX 산다'고 했다. 그러자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또 아이는 "우리에게 휴대전화,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 말도 못 하고 무서워서 따라갔다"며 "가기 싫다고 외치자 할아버지가 욕을 하시면서 '커서 아주 나쁜 도둑 X이 될 거다'라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글에 따르면, 이 할아버지는 다른 아이 엄마에겐 "자식 교육 똑바로 시켰다"는 발언도 했다.

이후 열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의에서는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이 의결됐다. 그러나 입주민들의 반대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아이들의 부모가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이 회장을 고소해 조사 중"이라며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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