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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진 환갑잔치도 '런닝맨'서…방송 11주년, PD가 본 현재와 미래 [N인터뷰]①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07-19 13:30 송고 | 2021-07-19 13:41 최종수정
SBS '런닝맨' 제공 © 뉴스1
SBS '런닝맨' 제공 © 뉴스1
11년, 563번의 일요일.

SBS 대표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 방송 11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0년 7월11일 첫 방송을 시작해 시청자와 함께 달린 11년이다. SBS 최장수 예능이자, 국내 최장수 버라이어티 예능이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마냥 평탄한 시간은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고 해외 인기와 함께 '한류 예능' 타이틀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버라이어티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던 프로그램.

프로그램의 역사가 오래 될수록, 제작진과 출연진은 더 다양한 방향성을 고민했다. 이름표를 떼고, 레이스를 펼치는 것만이 '런닝맨 다움'의 전부가 아닌 11년을 함께 한 멤버들의 케미스트리, 쌓아온 역사만큼 많은 이야깃거리, 또 더 다양한 서사를 지닌 미션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지난해부터 '런닝맨'의 연출을 맡은 최보필 PD는 멤버들의 더 다양한 캐릭터를 끌어내고, 케미스트리를 기반으로 한 특집들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11년간 쉼없이 '런닝맨'을 지킨 멤버들에게 존경심을 드러내는 한편, 앞으로 펼칠 '런닝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SBS '런닝맨' 제공 © 뉴스1
SBS '런닝맨' 제공 © 뉴스1
-'런닝맨' 메인 연출을 맡고 1년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연출을 맡게 됐을 때는 어떤 생각이었나.

▶'런닝맨'에서는 2~3년 정도 조연출을 했고 갑자기 맡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 전에도 회사에서 의사를 물은 적이 있어서 갑작스럽거나 부담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뭔가 내가 맡은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매주 진행되는 '런닝맨'의 루틴을 따라가느라 벅찼다.
-연출을 맡으면 연출자의 의도가 뚜렷하게 보이는 장치를 추가하거나, 출연진 혹은 포맷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포맷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런닝맨'은 뭘 해도 되는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했다. '런닝맨'이 오래 된 프로그램이고 예전 예능같은 이미지도 있다. 요즘 예능은 다수의 출연진이 시끌벅적한 게임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출연진 자체가 워낙 재미있는 사람들이고, 서로 정말 친한 사이다. 이 사람들이 현장에 와서 '오늘 뭔가 해내야 한다!'가 아니라 '즐겁게 놀다 간다'고 생각하면서 임하길 바랐다. (옛 예능 문법처럼) 버릴 건 버리고, 새로 취할 건 취하자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방송에서 최보필 PD가 연출을 맡고 녹화시간이 짧아졌다는 말도 나왔다. 멤버들이 더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들 워낙 베테랑이고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지 너무 잘 안다. 그런 재미는 극한 상황으로 몬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케미스트리를 살리는 게 좋은 것 같다. 녹화시간의 경우, 출연진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짧게 찍는 건 아니다.(웃음) 일정 정도만 방향을 잡아도 출연자들이 방송 분량을 너무 잘 만든다. 또 (예전에는) 주로 장소를 이동하거나 스케일 위주의 콘셉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러기도 쉽지 않고 나 역시 (스케일보다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런닝맨'에서만 볼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도전이나 대형 규모의 레이스를 시도해보고 싶지는 않나.

▶구상한 것은 많다. 일단 상황이 좋아져서 해외에 간다면 당연히 규모감이 큰 시도를 해보고 싶다. 국내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은 하는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SBS '런닝맨' 최보필 PD / SBS 제공 © 뉴스1
SBS '런닝맨' 최보필 PD / SBS 제공 © 뉴스1

-대표적인 한류예능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 촬영이나 해외 팬들이 공감할 만 한 특집을 하기 어려운 점이 아쉬울 것 같다.

▶해외의 런닝맨 팬들은 우리의 자부심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그 인기로 제작진이나 멤버들도 붐업이 되고는 한다. 그런데 기회가 안 돼서 못 하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고, 여건만 마련되면 바로 할 생각이다.

-인기가 많은 대형 프로그램을 맡아서 오히려 힘을 빼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힘을 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힘의 기준이 스케일이라면 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구성에 대한 고민을 더 할 수 밖에 없다. 멤버들에게 '자, 이제 토크하세요'라고 한다고 방송이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웃음) 제작진은 스케일로 커버되지 않는 부분을 더 신경을 쓴다.

-지난 1년여를 자평해보자면 어떤가.

▶멤버들과 자주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런닝맨'의 오래된 문법, 형식에서 뺄 건 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돌이켜 보면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의도했던 부분이 잘 맞아떨어진 회차가 있다면.

▶많다.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 추리 성격으로는 '괴도' 특집인데 멤버들이 실제로 훔쳐야 하는 미션이었는데 그 점이 괜찮았다. 또 멤버들 스스로 재미있어 한 것은 '타짜' 특집이다.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은 콘셉트이기도 하다. 스토리를 부여한 회차로는 허수아비편이 잘 나온 것 같다.
SBS '런닝맨' 제공 © 뉴스1
SBS '런닝맨' 제공 © 뉴스1

-시청률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고, 멤버들도 '런닝맨'의 방향성에 감해주고 재미있게 즐겨주고 있어서 그런 점은 기쁘다. 요즘 콘텐츠를 평가하는 지표도 다양해져서 (시청률에 대한) 내부적인 압박이나 부담감도 없지만, 그럼에도 연출자로서 밖으로 드러나는 숫자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이 숫자마저 더 높이고 싶은 마음이다. 두 가지 요소를 다 잡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7월18일 방송이 564회였다. SBS 최장수 예능을 넘어, 현재 방영 중인 모든 방송사들의 버라이어티 예능들 중 최장수 기록이다. 어떤가.

▶나는 564회 중 일부에 참여한 사람이다. 멤버들은 티를 많이 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뿌듯해 하는 것 같다. 매주 월요일(촬영일)에 나와서 11년, 563회의 방송에 함께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하고 싶어도 의도하지 않게 못 할 수도 있는 건데, 그 시간동안 관리를 하면서 세운 기록이지 않나. 존경스러운 마음이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더 있다면.

▶댓글을 보면 시간이 흘러서 (지)석진이형 환갑잔치는 '런닝맨'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더라.(웃음) 사실 회차는 무의미해진 것 같고, 몇 회까지 해야겠다고 목표로 생각한 것은 없다. 다만 멤버들이 계속 하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한 계속 이어가고 싶은 것이 현재의 내 목표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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