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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지 않아요" 반복되는 분쟁, 가자 아이들엔 트라우마만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21-05-24 13:49 송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잔해 앞에 있는 어린 아이. © AFP=뉴스1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잔해 앞에 있는 어린 아이. © AFP=뉴스1

"사랑하는 엄마, 너무 무서워요. 만약 우리가 모두 죽는다면 내가 엄마의 품에 있을 수 있게 우리를 함께 묻어주세요."

지난 10일부터 열하루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폭격에 자신이 사는 집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 10살 난 팔레스타인 소녀 제이나 다부스는 이런 쪽지를 적어 엄마의 베개 밑에 숨겨 놓았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지난 20일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이 모든 과정을 견뎌내야 했던 가자지구의 아이들은 앞으로 오랜 시간 정신적 상처를 지니고 살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온다.  

23일 AFP통신에 따르면 제이나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자신의 집을 가까스로 비껴간 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에게 쪽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엔 제이나와 같은 어린 아동 약 100만명이 살고 있다.

연이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에서 248명이 사망했는데 이중엔 어린 아이 66명이 포함됐다. 부상자도 1900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2008~2009년, 2012년, 그리고 2014년에도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었다. 마지막 전쟁 당시 제이나는 만 네 살이었다.

제이나의 할아버지 사이드 다부스는 "모든 어린 세대가 반복되는 갈등으로 인해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체는 어린 아이들이 "공포와 불안, 수면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지속적인 몸의 떨림이나 야뇨증 등 걱정스러운 고통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여동생을 둘이나 잃은 가자지구 주민 마이사 아부 알오프(22)는 "무섭다"는 말을 반복하는 두 살배기 남동생 아마드를 무릎에 앉혀 놓고 진정시키려 애썼다.

마이사는 "폭발음이 들릴 때마다 '무서워하지마. 그냥 풍선이 터지는 소리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그들이 살고 있던 4층짜리 건물이 무너졌을 때 마이사는 아마드와 7살 된 여동생 마람과 함께 건물 잔해 밑에서 수 시간 동안 소리친 끝에 무사히 구조됐다. 이들의 두 자매는 살아남지 못했다.

16살 난 소년 오마르도 이번 공습에 형제들과 아버지를 잃었다. 오마르는 그 충격에 실어증에 걸렸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한창이던 당시 가자지구 정신건강 담당 기관(GCMHP)은 페이스북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조언을 실었다.

아이들이 느끼는 점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동시에 게임이나 그림 그리기, 기도 등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라는 것,

가자지구에서 반복되는 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한 집계는 없다.

심리학자 모하메드 아부 사베는 "엄청난 트라우마에 노출된 아이들이 폭력적인 행동 장애를 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전쟁이 학교와 가정에 폭력의 씨를 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자지구 대다수의 아이들이 우울증과 불안, 행동 장애를 겪고 있으며 재앙적으로 많은 수가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낙관할 수가 없다. 이 전쟁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증오심 많은 세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이 행진하는 옆으로 한 어린 소녀가 서있다. © AFP=뉴스1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이 행진하는 옆으로 한 어린 소녀가 서있다. © AFP=뉴스1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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