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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엔 한국에서 만든 싱글몰트 위스키 맛 본다"…어떻게 만들어지나?

국내 첫 위스키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스' 가보니
맥아 가공부터 숙성까지 '제대로'30년 부침 겪은 한국 위스키 시장 회복 책임감

(경기=뉴스1) 이비슬 기자 | 2020-10-29 06:31 송고
도정한 쓰리소사이어티스 대표가 첫 번째와 100번째로 숙성한 캐스크 위에 앉아 웃고 있다. 2020.10.28/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도정한 쓰리소사이어티스 대표가 첫 번째와 100번째로 숙성한 캐스크 위에 앉아 웃고 있다. 2020.10.28/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한국도 고품질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28일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위스키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만난 도정한 대표(46)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카우보이모자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도 대표는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다가도 포부를 묻는 말에는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답했다.
재미교포인 그는 CNN·홍보회사·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수제맥주 회사 핸드엔몰트 브루잉 컴퍼니를 일궈낸 데 이어 이번엔 위스키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 대표는 "일본이나 대만에서 생산한 위스키는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왜 한국은 그런 제품이 없는지 항상 궁금했다"며 "수제 맥주를 성공시킨 자신감을 바탕으로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증류기(쓰리소사이어티스 제공)© 뉴스1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증류기(쓰리소사이어티스 제공)© 뉴스1

◇국내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6월 문 열어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지난 6월 남양주 화도읍의 깊은 마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다. 도 대표를 포함해 5명이 근무하는 400평 증류소 부지엔 맥아(몰트) 발효·증류 설비를 갖춘 3층짜리 건물과 보관창고가 우뚝 솟아있었다. 건물 내에는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구릿빛 증류기가 내뿜는 연기와 맥아를 발효하는 특유의 향이 가득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몰트 위스키'는 오직 보리만 100% 사용해 증류·숙성한다. 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다른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를 섞지 않고 하나의 증류소에서만 만든 위스키를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 부를 수 있다.

주류업계 인맥을 통해 만난 도 대표와 스코틀랜드 출신 앤드류 샌드(57) 마스터 디스틸러는 위스키 숙성을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아 헤맨 지 수년 만에 이곳을 발견했다.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춥고 여름엔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위스키 숙성에 남양주보다 좋은 장소는 없었다.

도 대표는 "위스키를 숙성하는 오크통 나무는 추운 날씨에 수축하고 더울 땐 팽창하면서 숨을 쉰다"며 "증류소 부지로 부산도 고려했지만 사계절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남양주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앤드류 샌드 디스틸러도 "스코틀랜드의 경우 여름 날씨가 서늘하기 때문에 위스키를 만들 때 10년가량 숙성이 필요하지만 한국에선 시간을 4년으로 단축할 수 있어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위스키 원재료인 맥아를 가공하는 단계부터 숙성까지 위스키의 모든 제조 과정을 담당할 수 있는 증류소는 쓰리소사이어티스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가장 중요한 맥아는 영국의 전문 몰트 업체로부터 직접 공수한다. 일반 맥주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맥아와는 품종이 다르다.

이 맥아를 빻은 뒤 '매쉬 툰' 이라는 거대한 기계에서 뜨거운 물로 불리면서 당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데 각각 67·78·85도로 다른 온도의 물을 순차적으로 넣어준다. 각 온도에서 추출할 수 있는 당 종류가 모두 달라서다.

발효와 증류 작업까지 마치면 도수 74도짜리 맑은 위스키 원액을 만날 수 있다. 이 원액을 물과 희석한 뒤 오크통에 담아 보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만들어 숙성 중인 캐스크만 254개에 달한다. 이 증류소에서만 매주 평균 18 캐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가 숙성한 위스키를 선보이고 있다.  2020.10.28/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가 숙성한 위스키를 선보이고 있다.  2020.10.28/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30년 부침겪은 국내 위스키 시장…"한국 위스키 책임감 막중"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규모는 4% 성장했다. 세계 시장 성장률도 6%에 이른다.

반면 국내 위스키 시장의 역사는 명암을 거듭했다. 1970년대 정부 주도로 오비씨그램·진로위스키·베리나인이 위스키 국산화를 위해 개발에 나섰지만, 영국 스카치 위스키 협회의 견제를 받아 성장이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982년 국산 몰트 위스키 원액을 처음으로 생산하게 됐지만, 이마저도 높은 가격에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부침을 거듭한 국내 위스키 업체들은 1990년대 초에 이르러 재고 부담과 수입 위스키와 경쟁에 밀려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약 30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국산 위스키 시장의 자존심을 회복할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위스키 애주가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생산한 위스키는 이르면 2024년쯤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국내 주세법상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 뒤부터 정식 인정을 받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도 대표는 스코틀랜드 전통에 따라 3년 이상 숙성한 고품질 위스키만 세상에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위스키 이름도 미리 정해뒀다. 도 대표는 "위스키 이름을 '쓰리쓰'(threes)라고 지으려고 했는데 벌써 누가 쓰고 있더라"며 "지금은 '소사어티스 위스키'라는 이름을 생각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목표는 해외 시장에 우수한 품질의 한국 위스키를 선보이는 것이다. 향후 생산 물량의 70%가량을 수출할 예정이다. 2년 안에 생산 설비를 확장하고 생산량도 지금보다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도 대표는 "개인적으로 증류소 설립을 역사적인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 최초라는 책임감을 갖고 가장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어 선보이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캐스크(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제공)© 뉴스1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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