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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갈등에 북미 대화도 '깜깜'…비핵화 협상 교착 장기화

김여정 "북남 합의 악화, 친미 사대의 올가미 때문"
"남북관계 단절, 대남메시지인 동시에 대미메시지"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20-06-17 15:1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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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9·19 군사합의 파기도 시사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결렬' 이후 멈춘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당분간 진전을 이뤄내기엔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데 이어, 17일에만 4번의 추가 입장을 발표하며 대남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남북관계가 악화한 것은 '한국의 친미사대주의 근성'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북남 합의가 한걸음도 리행의 빛을 보지 못한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 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미실무그룹'이라는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해온 '비핵화 촉진자'론에 대해서도 '엉뚱한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비핵화 촉진자론은 우리 정부가 북미대화의 촉진자로서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했던 것처럼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북미대화를 추동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지난 2년간 남조선당국은 민족자주가 아니라 북남관계와 조미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엉뚱한 정책에 매진해왔고 뒤늦게나마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흰목을 뽑아들 때에조차 '제재의 틀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절대적으로 덧붙여왔다"며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롱락물로 전락된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공세는,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미국까지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남북관계 단절선언은 대남메시지인 동시에 대미메시지"라고 봤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대북 입장 변화를 촉구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변화가 없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대선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차 연구위원은 "북한은 자신의 존재를 미국에 각인시키는 것이 현 단계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거나 오는 11월 대선 이후 출범할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우리는 2 년 전과도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한국 이상으로 워싱턴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가 틀어진 데 더해, 북미 대내 요인을 고려하면 북미 간 비핵화협상 교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코로나19 방역과 인종차별시위, 대통령 선거 등 국내 현안이 많은 상황이다. 북한 역시 대내 경제발전 등 '정면돌파전'에 주력하는 동시에 남한을 겨냥한 '대적사업'으로 인해 여유가 없는 시기다.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미국 국무부는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이 더 이상의 역효과를 낳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는 데 그쳤다.

우리 외교부는 한반도 정세 악화 방지에 중점을 두고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 상황 평가를 공유하는 동시에, 향후 대응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각급에서 정책공백이 없도록 주요국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북핵수석대표를 비롯해 고위급 협의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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