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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뭉갠 소방산업기술원 '주방자동소화장치 폭발' 사태 키웠다

2018년 두 차례 민원 접수…소방청에 안 넘기고 종결
뒤늦은 리콜명령에 업체 '부당 명령' 반발…법적 분쟁 중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2020-03-24 14:00 송고
K급 소화기. © News1
K급 소화기. © News1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 지난 2018년 3월과 9월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가 폭발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를 검사 권한이 있는 소방청에 넘기지 않아 후속사고를 적정하게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10월10일부터 11월8일까지 '소방안전인프라 구축 및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런 내용 등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술원은 2018년 3월(인천 송도)과 9월(서울 마포) 두 차례에 걸쳐 아파트에 설치된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가 폭발해 입주민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1차 민원인은 자정 무렵 '펑' 소리가 나면서 주방 배기후드에 설치된 자동소화장치의 용기 연결부가 파손돼 안에 있던 소화약제가 외부로 분출됐고, 해당 아파트의 여섯 세대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이 민원인은 용기의 파단면에 대한 육안검사와 성분 분석까지 직접 해 "황동 재질인 밸브에 부식성이 강한 소화약제가 스며들면서 부식이 진행돼 결합밸브가 파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기술원에 전달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기술원은 유통 중인 소방용품에 대해 민원을 접수하면 해당 내용을 수집검사 권한이 있는 소방청에 보고해야 하는데도, 폭발한 주방소화장치의 제조업체인 '신우전자'에 연락해 해당 아파트의 A/S(애프터서비스)에 협조를 당부하는 것으로 민원을 종결 처리했다.
기술원은 2차 민원도 소방청에 이첩하거나 보고하지 않은 채 "민원에 첨부된 사진만으로는 제품의 이상 유무를 알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기술원의 실무 직원은 이후 현장을 방문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이미 A/S가 이뤄져 폭발한 자동소화장치 시료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업체를 통해 거둬 간 폭발시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 문의조차 하지 않은 채 민원을 종결 처리했다.

자동소화장치가 지난해 1월 전북 무안의 한 아파트에서 또다시 폭발한 이후에야 기술원이 나섰다. 이 사고는 국민 신문고를 통해 소방청에 접수됐고,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 기술원은 소방청의 지시에 따라 폭발시료를 채취해 시험했다.

그 결과 제품 결함이 발견됐고, 소방청은 지난 1월 신우전자에 강제리콜을 명령했다. 리콜대상은 이 회사가 2011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생산해 설치된 14개 모델 16만대,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생산해 설치한 18만대 등 총 34만대다.

다만 신우전자는 제품의 품질 보증 기간 5년이 지났다는 등 이유로 강제 리콜 명령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소방청은 리콜을 이행하지 않은 신우전자를 소비자고발법에 따라 형사고발했다. 

이밖에 기술원은 지난 2018년 9월 관련 업체로부터 주방자동소화장치의 원활한 A/S 등을 위해 장치의 저장용기만을 검사를 받게 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법령상 근거 없이 저장용기 부분품에 대해 별도의 형식승인을 해줬다. 제품검사 수수료도 부분품이라는 사유로 1대당 완제품 검사수수료 5247원이 아닌 429원을 적용했다.

검사를 하면서도 다른 구성품과 무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저장용기의 재질 등이 기준에 부합하고, 결합 시에도 다양한 사용 조건에서 성능이 발휘되는지 검증해야 하는데도 기술원은 규정된 43개 시험 중 14개 시험만 실시하는 등 검사를 누락했다.

이에 감사원장은 기술원장에게 불법 소방용품 또는 제품 결함이 의심되는 소방용품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면 소방청에 보고하지 않은 채 종결 처리하거나, 법령상 근거 없이 형식승인과 제품검사의 방법·범위 등을 임의로 변경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또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현 임원)에 대해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소방청에 기술원의 주방자동소화장치 업무처리와 관련한 특별점검을 의뢰했고, 소방청은 특정감사를 해 해당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거나 소홀히 한 관련자 10명에 대해 경징계 처리하도록 기술원장에게 권고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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