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日오염수 결국 바다로…언제 어떻게 끝날지 日정부도 정확히 모른다

원전 '폐로' 정의 불분명…원자로 해체 시기도 '미정'
원자로 속 녹아내린 핵물질 덩어리 제거할 방법 제시 못해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2023-08-24 13:39 송고 | 2023-08-25 06:46 최종수정
2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도쿄전력의 제1 원자력발전소와 오염수가 방류될 앞바다. 2023.08.2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2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도쿄전력의 제1 원자력발전소와 오염수가 방류될 앞바다. 2023.08.2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24일 오후 1시 3분. 예고한 대로 일본 정부가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1리터당 해수 1200톤을 섞어 트리튬 농도를 기준치인 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9월9일까지 17일 동안 총 7800톤이, 2023회계연도(내년 3월) 내에 네 번에 걸쳐 총 3만1200톤이 방류된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처리수(일본 정부의 오염수 표기 방식)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임하겠다"고 지난 22일 약속했다.

그가 말한 수십 년은 대략 언제까지를 말하는 걸까.

◇어느샌가 슬그머니 지워진 폐로 종료 기한
2011년, 일본 정부는 늦어도 2051년까지 쓰나미 여파로 문제가 생긴 1~4호기를 해체하는 '폐로(廃炉)' 작업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목표는 금방 수정되고, 이내 지워졌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2013·2015·2019년 판 폐로 계획에는 원자로 해체 계획에 대한 목표 기한이 기재되지 않았다.

도쿄신문은 이때문에 "폐로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폐로는 원전 부지를 빈터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 원전 폐로 컴퍼니의 오노 아키라 최고책임자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지자체와 상담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기시다 총리가 말한 '수십 년'이 자칫 세자릿수로 넘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염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 제거 공정, 견적도 안 나온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자로 1·2·3호기에서는 핵분열을 담당하는 노심 부분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 현상이 일어났으며 1·3·4호기에서는 연쇄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멜트다운이 발생한 원자로 내부에서는 냉각 기능이 마비돼 방사성 물질이 '데브리'라는 덩어리를 형성했다. 여기에 지하수 및 빗물이 유입돼 방사능 오염수가 생성됐다.

문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 데브리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00톤가량의 오염수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데브리 제거는 폐로 과정의 최대 난관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2호기 안의 데브리를 빼내는 시험을 계획하고 있지만 원격 조작 로봇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은 불과 몇 그램.

멜트다운이 발생한 세 원자로 내부의 데브리를 모두 합친 총량은 약 880톤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서 이를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공법은 없다.

일각에서는 3호기를 통째로 구조물로 감싸 원자로 건물 전체를 수몰시켜 빼내는 방법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애초에 현실 가능한 방법인지조차 모른다.

특히 1호기의 경우, 노심 격납용기 밑으로 데브리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을 가능 높은데, 이를 해결할 방안은 현재 '백지' 상태다.

해양 방류를 통해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는 1000통 이상의 탱크를 줄여, 해당 부지에 데브리 등 핵폐기물을 보관할 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었으나 기약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이르면 오는 24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22일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4일 촬영한 후쿠시마현 오쿠마시에 있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처리수 저장에 사용되는 저장탱크의 모습. © AFP=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이르면 오는 24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22일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4일 촬영한 후쿠시마현 오쿠마시에 있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처리수 저장에 사용되는 저장탱크의 모습. © AFP=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출구 전략 없이 이미지 쇄신에만 주력하는 日

데브리를 어떻게 빼내야 할지 방법론은 보이지 않지만, 니혼테레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단 '풍평 피해' 및 어민 지원에 예산 800억 엔(약 7300억 원)을 편성했다.

풍평 피해란 허위 정보 및 보도로 인해 명예가 훼손돼 발생하는 각종 손실을 뜻하는데, 후쿠시마 어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풍평 피해가 "(쓰기) 편리한 표현"이지만 "소비자가 양해해주기만을 재촉하면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제 막 후쿠시마산에 수산물에 대한 이미지가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안전성을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함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일본 후쿠시마현 제1 원자력발전소 인근 슈퍼마켓에서 가게 주인이 시판용 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3.08.0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9일 일본 후쿠시마현 제1 원자력발전소 인근 슈퍼마켓에서 가게 주인이 시판용 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3.08.0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일본 내부에서는 '미나마타(水俣)병'의 교훈을 잊지 말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나마타병은 지난 1956년,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의 한 화학공장 폐수에 지속적으로 섞여 방출된 메틸 수은이 일으킨 집단 수은 중독성 신경질환이다.

인근 수산물을 섭취한 지역 주민들에게서 언어장애 및 신경마비, 난청 등의 증상이 발견됐으며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화학 폐수 희석 능력을 과신한 탓이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7월4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공표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IAEA 보고서를 근거로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홍보해 왔다. 하지만 IAEA가 "보고서 사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realkw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