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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의 최약세 엔화에 日 당국 개입 정황…담당자 "노코멘트"(종합)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24-04-29 15:18 송고 | 2024-04-30 09:25 최종수정
한 여성이 일본 엔화 환율 전광판(왼쪽) 앞에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한 여성이 일본 엔화 환율 전광판(왼쪽) 앞에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일본 엔화가 34년만의 최약세를 기록하자 일본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미 달러 대비 엔화는 160.245엔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1시께 155.25엔대로 급락했는데 이것이 엔화를 떠받치기 위한 정부 개입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당국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게 아니라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함으로써 개입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의 통화실무 책임자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기자들이 "시장 관계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정부 개입으로 인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5엔 급등했다고 본다"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지금은 노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환율 개입의 결정권은 외환법에 따라 재무상이 갖고 있고 실무는 일본은행이 대행한다. 실제 개입 판단은 재무성 사무관급으로 국제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재무관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간다 마사토 재무관이 이 실제 개입 판단을 하는 재무관에 해당한다.

일본은 29일이 국경일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평소와 같이 외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엔화는 지난주 26일 뉴욕시장에서 1달러에 158엔대를 기록한데 이어 2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60엔대를 기록하며 엔화 매도세가 심화됐다. 1달러에 160엔대가 된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만에 처음이다. 

교도통신은 이날 익명의 시장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심 모 시홍 싱가포르은행의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엔화 환율은) 오리 실험을 통과했다"며 "만약 어떤 것이 오리처럼 생겼고, 오리처럼 헤엄치고, 오리처럼 꽥꽥거린다면 그건 아마도 오리일 것이다. 시장 개입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TV는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개입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TV도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160엔이란 고비를 넘기면서 정부가 해외시장에서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TD증권의 채권 담당인 프라샨트 뉴나하는 로이터통신에 "바운스 없이 160엔에서 155엔으로 빠르게 움직인 것은 공식적인 개입을 시사한다. 일본 공휴일로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이보다 시기가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6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정책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하를 빨리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퍼져 일본과 미국간 금리차에 엔을 팔아 달러를 사기 쉬워지는 상황이 됐다. 

NHK방송에 따르면 한 트레이더는 "일본이 공휴일이라 시장 참여자가 적었던 것도 주 초반 아시아 시장에서 엔화가 급락한 것"이라며 "160엔대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심을 그 어느 때보다 높였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2022년 세 차례 통화 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사기 위해 달러를 매도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2엔으로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처음에는 9월에, 그다음 10월에 다시 개입했다.

앞서 지난 17일 한미일 재무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회의를 열고 "우리는 기존 주요 20개국(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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