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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아들 혈액형이 달라…대학병원 의사 "돌연변이, 잘 키워라" 거짓말

아빠 아닌 엉뚱한 男 정자를…B형 부부에게서 A형 아들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4-03-14 11:51 송고 | 2024-03-14 14:08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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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의 유명 산부인과 의사가 엉뚱한 사람의 정자를 가지고 시험관 아이 시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의사는 '왜 아이의 혈액형이 우리와 다른지'를 묻는 부모에게 "혈액형 돌연변이"라며 어물쩍 넘겼고 대학병원 측은 해당 의사가 이미 퇴직한 상태라며 '안타깝다'는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1997년 시험관 시술로 얻은 귀한 아들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는 등 집안이 자랑거리였다.

B형인 자신들과 달리 A형 혈액형을 가졌지만 '친아들이다'는 교수의 말만 믿고 지냈던 부모는 25년이 흐른 2022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아빠와 일치하는 유전자는 하나도 없다'는 날벼락 같은 검사 결과를 받아 들었다.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대표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난임으로 고통을 겪던 부부가 1996년 한 대학병원을 찾아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1997년 봄 아들, 이어 딸도 같은 의사의 시험관 시술로 얻었다"고 했다.
부모가 아들이 자신들과 다른 것 같다고 의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들이 5살 때 간염 항체 검사를 위해서 소아과를 찾았다가 부부는 둘 다 B형인데 아들이 A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떻게 된 일이냐 싶어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한테 문의를 했더니 의사가 당혹해하면서 '진료실로 오라'고 해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 의사는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혈액형 돌연변이가 나온다. 안심하고 그냥 잘 키우시라. 당신들 아이 맞다'며 거짓말로 은폐를 했다"는 것.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그렇게 아들을 키운 부모는 아이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하고 혈액형이 왜 다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위해 교수한테 연락, '저희한테 설명했던 돌연변이 자료를 줄 수 있는가, 아이한테 설명을 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하자마자 대학교수가 잠적에 들어갔다"고 밝힌 박 대표는 "대학병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 역시 '해줄 게 없다. 관련 기록도 없다'고 하고 그 교수도 2018년 퇴직해 병원을 떠났다"고 했다.  

박 대표는 "부부는 아들이 5살 때 진실을 알았으면 '아이를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소중하게 얻은 아들이기에 잘 키웠을 것이다'고 하더라"며 "무려 20년 동안 속여 왔고 대학병원 역시 검증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쾌해하고 가장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8개월 동안 찾은 끝에 만난 이 교수는 '시험관 시술에 대해서 기억하는 게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부부는 2023년 봄에 교수와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지만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또 소송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가 소멸시효로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내에 제기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박 대표는 "이런 의료 사고 같은 경우는 소멸시효에서 예외로 적용하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들 부부도 이에 기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 대표는 아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아들이 '진실이 드러난다고 해서 우리 가정이 해체되는 일 없다. 나를 키워준 부모님이 나의 부모님인 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러나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진실을 꼭 밝혀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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