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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의 유명 산부인과 의사가 엉뚱한 사람의 정자를 가지고 시험관 아이 시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의사는 '왜 아이의 혈액형이 우리와 다른지'를 묻는 부모에게 "혈액형 돌연변이"라며 어물쩍 넘겼고 대학병원 측은 해당 의사가 이미 퇴직한 상태라며 '안타깝다'는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1997년 시험관 시술로 얻은 귀한 아들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는 등 집안이 자랑거리였다.
B형인 자신들과 달리 A형 혈액형을 가졌지만 '친아들이다'는 교수의 말만 믿고 지냈던 부모는 25년이 흐른 2022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아빠와 일치하는 유전자는 하나도 없다'는 날벼락 같은 검사 결과를 받아 들었다.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대표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난임으로 고통을 겪던 부부가 1996년 한 대학병원을 찾아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1997년 봄 아들, 이어 딸도 같은 의사의 시험관 시술로 얻었다"고 했다.부모가 아들이 자신들과 다른 것 같다고 의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들이 5살 때 간염 항체 검사를 위해서 소아과를 찾았다가 부부는 둘 다 B형인데 아들이 A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떻게 된 일이냐 싶어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한테 문의를 했더니 의사가 당혹해하면서 '진료실로 오라'고 해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 의사는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혈액형 돌연변이가 나온다. 안심하고 그냥 잘 키우시라. 당신들 아이 맞다'며 거짓말로 은폐를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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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들을 키운 부모는 아이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하고 혈액형이 왜 다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위해 교수한테 연락, '저희한테 설명했던 돌연변이 자료를 줄 수 있는가, 아이한테 설명을 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하자마자 대학교수가 잠적에 들어갔다"고 밝힌 박 대표는 "대학병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 역시 '해줄 게 없다. 관련 기록도 없다'고 하고 그 교수도 2018년 퇴직해 병원을 떠났다"고 했다.
박 대표는 "부부는 아들이 5살 때 진실을 알았으면 '아이를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소중하게 얻은 아들이기에 잘 키웠을 것이다'고 하더라"며 "무려 20년 동안 속여 왔고 대학병원 역시 검증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쾌해하고 가장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8개월 동안 찾은 끝에 만난 이 교수는 '시험관 시술에 대해서 기억하는 게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부부는 2023년 봄에 교수와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지만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또 소송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가 소멸시효로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내에 제기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박 대표는 "이런 의료 사고 같은 경우는 소멸시효에서 예외로 적용하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들 부부도 이에 기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 대표는 아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아들이 '진실이 드러난다고 해서 우리 가정이 해체되는 일 없다. 나를 키워준 부모님이 나의 부모님인 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러나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진실을 꼭 밝혀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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