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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왜 이래"…'토종 에이스' 안우진·구창모, 동료들이 야속해

호투 펼치고 있으나 '짠물 지원'에 승수 쌓기 어려움
구창모 동료 페디, 경기당 9점 지원…안우진은 불펜 방화도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3-05-30 06:00 송고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투수들에게 '승'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기록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투구를 해도 타자들의 점수를 뽑아줘야만 '승리투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이버매트릭스가 발전하면서 점차 '승리'는 그다지 중요한 지표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투수들 스스로도 잘 던지고 승리를 쌓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의식하게 되고 결국 심적 부담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0일 현재까지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도 유독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투수들이 있다. 팀 내 토종 에이스이면서 리그 좌우 '영건'으로 꼽히기도 하는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과 구창모(26·NC 다이노스)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가 된 안우진은 올 시즌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10경기에 등판해 62⅓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 1.88, 탈삼진 81개를 잡았다. 이닝과 평균자책점은 리그 2위, 탈삼진은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하지만 승수는 3승 뿐이며 패도 3차례나 기록했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한 탓이다.
안우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키움 타선의 득점 지원은 2.89점으로 3점이 채 되지 않았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28명의 투수 중 뒤에서 세 번째로 적은 득점 지원이다.

안우진보다 적은 득점을 지원 받은 이는 최원준(두산 베어스·1.96점)과 보 슐서(KT 위즈·2.72점) 둘 뿐이다. 하지만 둘의 평균자책점은 4.30(최원준), 5.62(슐서)로 이들이 타선을 탓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우진은 타선 뿐 아니라 불펜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올 시즌 10차례 등판에서 벌써 3번이나 구원진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날려버렸다. '불펜 방화'로 3승을 날린 투수는 리그에서 안우진이 유일하다.

키움은 올 시즌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안우진 말고도 다른 투수들 역시 잘 던지고도 아쉬움을 삼킨 경기가 적지 않았다.

키움의 또 다른 선발 투수 최원태는 경기당 3.02점, 아리엘 후라도는 3.26점의 득점 지원을 받는 데 그쳤다. 리그에서 4번째, 5번째로 적은 '짠물 지원'으로 최원태는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고 3승3패, 후라도는 2.97을 기록하고도 3승6패에 머물러있다.

NC 다이노스 구창모. /뉴스1 DB © News1 김영운 기자
NC 다이노스 구창모. /뉴스1 DB © News1 김영운 기자

구창모는 현재까지 8경기에서 46⅔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3.28로 준수한 투구를 했는데 승수는 1승(3패) 뿐이다.

초반 2경기에서 부진했던 구창모는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좀처럼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다.

구창모는 4월15일 SSG 랜더스전에서 8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하고도 타선 지원이 '0'이었던 탓에 승을 올리지 못했다. 4월2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6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였지만 타선 지원없이 0-0 승부가 이어지다 대량 실점으로 무너진 기억도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우진과 비슷한 케이스가 아닌가 하겠지만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팀 타선이다.

안우진의 소속팀 키움이 팀 타율 0.247로 8위인데 비해 구창모의 NC는 팀타율 0.268로 2위, 팀 득점도 5위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구창모의 불운을 잘 설명해주는 이가 NC의 동료 에릭 페디다. 페디는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1.47로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투수이지만, 이와 함께 타선의 지원을 많이 받기도 했다.

페디가 등판한 10경기에서 타선이 뽑은 점수는 평균 9.25점으로 웨스 벤자민(KT 위즈·10.08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KT전(16-4 승), 20일 삼성 라이온즈전(14-3 승), 26일 한화 이글스전(11-0 승) 등 벌써 3경기에서 5회 이전에 대량 득점으로 승부가 갈리기도 했다.

페디가 받은 지원의 3분의 1에 그치고 있는 구창모로서는 짐짓 동료들에게 야속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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