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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시간새 5명 더 죽이고 성폭행…시신 5구 차에 싣고 다닌 수원의 두 악마

6명 중 1명만 땅에 묻어…택시로 위장 피해자 유인 [사건속 오늘]
나이트에서 태운 3명 모두 성폭행 살해…범인 2명 중 1명 도망가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4-04-27 05:00 송고 | 2024-04-27 11:16 최종수정
2002년 5월 허재필이 현장검증에서 첫 범행 대상인 A 씨 시신을 야산에 파묻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MBC 갈무리) © 뉴스1 
2002년 5월 허재필이 현장검증에서 첫 범행 대상인 A 씨 시신을 야산에 파묻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MBC 갈무리) © 뉴스1 

사람의 잔인함은 끝이 없다고들 한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선 뒤로는 무모함을 넘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짓까지 망설임 없이 저지른다.

2002년 4월 27일 밤 11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에 택시로 위장한 쏘나타를 몬 김OO(1974년생· 당시 28세)과 조수석 승객으로 위장한 허재필(1978년생 ·당시 24세)이 그러했다.
◇ 현금 304만원, 신용카드 4장 뺏으려 6명 살해, 2명 성폭행

김OO과 허재필은 2002년 4월 18일 첫 살인을 저지른 9일 뒤인 4월 27일 밤부터 4월 29일 아침까지 32시간 동안 5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그중 2명을 성폭행했다.

'돈 좀 만져보면서 살고 싶다'며 살인마가 된 이들은 현금 304만원과 신용카드 4장을 챙기기 위해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들도 평범한 20대 청년이었지만 '한탕 하자'는 말을 주고받은 뒤부터 전혀 다른 사람, 아니 악마로 돌변했다.

◇ 월급 100만원이 불만이던 김OO, 카드 빚에 허덕인 허재필…잘못된 만남

김OO과 허재필은 2002년 초 경기도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곧장 형 동생 사이가 됐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김OO은 재수 시절 특수강도 혐의로 옥살이하는 등 전과 7범 딱지가 붙은 까닭에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2001년 11월 클럽 하우스에 취직했지만 100만원도 못 되는 월급이 못마땅했다.

김OO 보다 5개월 뒤인 2002년 3월 클럽하우스에 들어온 허재필은 술값 등으로 진 카드 빚이 눈 덩어리처럼 불어나 괴로워했다.

어느날 허재필이 '형, 월급 100만원으로는 빚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자 김OO은 '우리 한번 멋지게 살아보자'며 한탕을 제의했다.

◇ 첫 범행 상대는 단골 미용사…위협해 알아낸 카드 비번으로 280만원 인출

김OO은 자신이 몰던 쏘나타를 이용해 단골 미장원 미용사 A 씨를 납치, 돈을 뺏자며 범행계획을 허재필에게 알렸다.

허재필은 'A가 의심할 수 있으니 넌 트렁크에 숨어 있다가 내가 부르면 나와'라는 김의 말에 따라 2002년 4월 18일 밤 쏘나타 트렁크에 몸을 숨겼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의 미장원 앞에서 A 씨가 퇴근하길 기다리던 김OO은 밤 9시무렵 A 씨가 가게를 나서자 우연히 지나가다 본 것처럼 가장한 뒤 '어 퇴근하시나 보네요,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라며 A 씨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몇 번 사양하던 A 씨는 5분가량 차를 타면 된다는 생각에 김OO 차에 올라탔다.

A 씨 집과는 다른 방향으로 내 달린 김은 인적이 드문 용인의 한 휴게소 모퉁이에 차를 세운 뒤 허재필에게 신호했다.

허재필이 A 씨를 붙잡자 김은 '살고 싶으면 카드 비밀번호를 대라'고 위협, 겁에 질린 A 씨가 '0000'이라고 불러주자 A 씨를 묶어놓고 휴게소 현금인출기로 달려가 280만원을 찾았다.

이어 A 씨 핸드백에서 현금 10만원까지 챙긴 김OO은 '살려두면 신고할 게 뻔하다'며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과 허재필은 미리 차에 실었던 삽과 곡괭이를 꺼내 휴게소 인근 야산 중턱에 땅을 판 뒤 A 씨 시신을 묻었다.

훔친 택시캡을 달고 밤늦은 시간 여성을 태운 뒤 살해한 허재필. (KBS 갈무리) © 뉴스1 
훔친 택시캡을 달고 밤늦은 시간 여성을 태운 뒤 살해한 허재필. (KBS 갈무리) © 뉴스1 

◇ 택시로 위장, 27일부터 29일까지 여성 5명 태워 모두 살해…2명은 성폭행까지

첫 범행으로 3달 치 월급을 손에 쥔 이들은 눈이 확 돌아가 버렸다.

인간이 아닌 악마가 된 김OO과 허재필은 택시로 위장, 여성들을 태워 돈을 뺏자며 4월 27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부근 기사식당에 세워져 있던 택시에서 캡과 번호판을 떼 쏘나타에 달았다.

택시로 위장한 쏘나타를 끌고 피해자 물색에 나선 이들은 밤 11시 무렵 수원 삼성전자 입구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던 피아노 강사 B 씨(29)를 태운 뒤 신갈읍 오산천 주차장으로 끌고 가 현금 2만원과 신용카드를 뺏은 후 목을 졸라 살해했다.

B 씨 시신 처리를 놓고 고민하던 이들은 '날이 밝으면 생각해 보자'며 시신을 쏘나타 트렁크에 두고 집으로 가 잠을 청했다.

4월 28일 오후까지 늦잠을 잔 김OO과 허재필은 A 씨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채 그날 밤 9시쯤 또 수원 삼성전자 입구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C 씨(20)를 태워 신용카드 1장을 빼앗은 뒤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갓길에서 목 졸라 살해했다.

C 씨 시신도 트렁크에 집어넣은 그들은 '이번엔 야타족 행세를 해 한탕 하자'며 택시 캡을 떼내고 29일 새벽까지 수원시 유흥가를 돌아다니다가 오전 5시 권선구 매탄동의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는 D 씨 일행 3명을 발견, '술 한 잔 더 하자'며 쏘나타에 태워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에 올라탄 뒤 갓길에 차를 세웠다.

김OO과 허재필은 D 씨 등을 위협 현금 12만원을 빼앗는 한편 이 중 2명을 성폭행했다. 이들은 공포에 질려 '살려달라'는 D 씨 등의 애원을 뿌리치고 목을 졸라 죽였다.

◇ 시신 3구 뒷좌석, 2구는 트렁크…완전범죄 위해 다른 차량 번호판 떼다가 잡혀

D 씨 등 3명의 시신을 차량 뒷좌석에 마네킹처럼 쌓아 놓은 김OO과 허재필은 4월 29일 오후 C 씨 시신을 트렁크에서 꺼내 뒷좌석으로 옮겼다.

김OO은 '꼬리가 길면 잡힌다, 차량 번호판을 바꿔 달아야겠다'며 4월 29일 밤 경기도 기흥의 삼성반도체 주차장으로 들어가 기회를 엿봤다. 

30일 자정을 넘겨 인적이 끊기자 주차돼 있던 엘란트라로 접근, 번호판을 떼어 냈다.

하지만 CCTV로 이 모습을 보던 보안요원들이 출동, 격투 끝에 이들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허재필 일당이 타고 다닌 쏘나타 트렁크에는 삽과 곡갱이가 실려 있었다. (KBS 갈무리) © 뉴스1
 허재필 일당이 타고 다닌 쏘나타 트렁크에는 삽과 곡갱이가 실려 있었다. (KBS 갈무리) © 뉴스1

◇ 김OO, 포항으로 도망쳤다가 "죄 많은 자식이었다"며 스스로 목숨 끊어

보안요원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허재필과 김OO을 순찰차에 태우려는 순간, 김OO은 보안요원을 뿌리치고 야산으로 도망쳐 어머니와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600만원을 확보한 김OO은 동생과 함께 포항으로 내려가 몸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경찰이 김OO 연고지에 형사대를 급파하고 '현상금 500만 원'에 지명수배하자, 김OO은 5월 1일 "죄 많은 자식 잊어 버리시라, 불쌍한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차량에 여성 시신 5구 우르르…허재필 A 씨 살해 모르쇠

경찰은 김OO, 허재필이 타고 다닌 쏘나타에서 여성 시신 5구와 삽, 곡괭이가 나오자 깜짝 놀랐다.

붙잡힌 허재필은 '김OO이 시켜서 한 일이다'며 책임을 김OO에 미뤘지만 5명 여성을 자신들이 살해한 건 맞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허재필은 A 씨 건에 대해선 모른척했다.

A 씨 남편의 실종신고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은 A 씨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김OO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얼굴 확인엔 실패했다. 특이한 모양의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쓴 사실을 찾아냈다.

이 모자가 쏘나타에서 발견된 것을 갖고 경찰이 추궁하자 그제야 허재필은 '맞다'고 자백했다.

현장검증을 마친 허재필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현장검증을 마친 허재필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MBC 갈무리) © 뉴스1 

◇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원망스럽다"는 허재필, 사형 확정

허재필은 현장검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고요. 왜 그랬는지 진짜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죄송합니다"라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신고할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난 살려주고 싶었는데 김OO이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해서 살해했다" "잡히지 않았으면 아직도 더 사람들을 죽였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자술서를 써 나름 선처를 노렸다.

하지만 2003년 법원은 "6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강간한 행위는 결코 다른 사람의 지시에 의해 피동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2002년 5월 1일 구속된 허재필은 현재까지 옥살이를 하면서 죗값을 치르고 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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