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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뚱으론 웃기지 않아…'노잼'은 내게 제일 큰타격" [코미디언을 만나다]③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3-01-07 07:00 송고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싸이부터 김고은은 물론 왕간다, 성해은까지, 개그우먼 이수지의 얼굴은 변화무쌍하다. 이수지는 '얼굴 천재' '연기 천재' 수식어에 걸맞게 지난해 연말에도 갖은 개인기로 웃음을 '빵빵' 터트렸다. 대표적으로 KBS 2TV '홍김동전'에서 선보였던 상황극이 큰 화제를 모았다. 초반 경찰서에서 '김고은 사칭범'으로 활약하다 KBS 2TV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였던 '황해'의 린자오밍으로 돌변하는 콩트로 '레전드 연기력'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티빙 '환승연애2'의 성해은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성대모사로도 큰 웃음을 안겼다. 이수지와 김민교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3'(이하 'SNL')에서 각각 '환승연애'의 최종 커플 성해은과 정현규로 분해 애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쳤다. 이수지는 성해은의 눈물 짓는 표정부터 입꼬리를 올려 "스물아홉이야"라고 말하는 유행어도 완벽하게 소화해 화제의 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수지는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을 키우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탓에 "반응을 실감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화제가 됐던 '홍김동전'과 '환승연애2' 콩트 모두 즉석에서 연기했다고 털어놔 남다른 재능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얼굴이 동그랗거나 통통한 사람이거나, 무쌍 얼굴은 다 재연 가능하다"고 자신하며 "저는 연기를 잘 하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이수지는 2008년 SBS 10기, 2012년 KBS 27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뽑혀 활약해왔다. '개그콘서트'부터 지금의 'SNL'까지, 긴 시간 쉼 없이 활동해왔지만 개그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깊다. 그는 "외모는 지적받아도 타격이 없는데 '노잼'이라고 하면 무조건 타격받는다"며 '천생 개그우먼'다운 본능을 밝히기도 했다. "개그는 중독"이라며 "요즘 일에 대한 감사함을 더 느끼고 주변분들을 더 돌아보게 됐다"는 이수지. [코미디언을 만나다] 서른네 번째 주인공으로 그를 만나 그간의 활약을 함께 돌아봤다.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 이수지 편②에 이어>

-2008년 SBS 10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후 2012년 KBS 27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재데뷔했다. 활동한지 10년이 넘었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다니 지금 실감난다. 시간이 진짜 빨리 갔는데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다. 능력 대비 못 뜬 개그우먼이란 얘기도 들은 적도 있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빵 터트려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웃음)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빵 터져보겠다.(웃음) 그래도 돌이켜보면 저는 개그를 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남편만 봐도 직장인들은 뭔가 개인의 성과보다는 전체의 성과를 위해 일하지 않나.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의 성과를 누릴 수 있어서 그래도 행복하게 일해왔다 싶다.

-'개그콘서트'부터 '코미디 빅리그' 그리고 'SNL'까지 다양한 코미디 무대에서 쉴 틈 없이 활약해왔다.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나.

▶'코미디 빅리그'는 아쉽다. '개그콘서트'를 6~7년 하다가 '코미디 빅리그'로 갔는데 결이 다르다는 걸 모르고 도전했다. '같은 공개 코미디니까'라고 쉽게 생각하고 도전해서 쓴맛을 본 거다. 싸해지는 분위기에 '개그는 나와 안 맞는구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때가 엄청 힘들었고 자존감도 없어졌던 시기였다.

-이후 슬럼프를 어떻게 이겨냈나.

▶'SNL' 덕분이다. 그래도 제가 개그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놓지 못하고 'SNL'이 쿠팡플레이에서 다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을 봐서라도 다시 개그에 도전해보자 했다. 정말 개그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이렇게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흔치 않다더라. 저도 오랜만에 오디션에 도전해보는 거라 정말 쫄깃한 마음으로 봤다. 나중에 PD님께서 '지원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셨다.

-오디션을 통해 이룬 성취감은 어땠나.

▶특혜로 들어간 것보다 정식 오디션을 통해 들어간 게 더 실력 있어보이지 않나.(웃음) 정말 '경사' 같은 느낌이었다. (제 인생의) 2막 같은 느낌을 받았다. 3막은 더 어마어마할 거다.(웃음)

-'개그콘서트' 시절에는 '황해'로 인기가 뜨거웠었다.

▶제가 '황해'를 한 게 신인 2년 차였다. 개그우먼 지망생 기간과 SBS로 데뷔한 기간이 있지만 '개그콘서트'에 들어와서 생각보다 빨리 인지도를 얻었다. 그때는 이런 생태계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갖기 보다 응당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여러 시기를 지나고 보니까 '이게 다 행복에 겨워서 몰랐던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그 이후에는 일에 대한 감사함을 더 느끼고 주변분들을 더 돌아보게 됐다. 아이가 생기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있지만 일이 더 감사해지는 느낌이다. 저도 후배가 생기고 보니 선배들에게 죄송했던 일도 생각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우먼 이수지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수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그우먼이 있나.

▶저는 연기를 잘하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 예전부터 강유미, 김현숙 선배를 롤모델로 꼽았는데 두 선배님들과 같은 개그우먼에 얼추 가까이 가고 있지 않나 한다.(웃음)

-지향하는 개그는 어떤 개그인가.

▶'뚱으로 웃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는 사실 애매하다. 선배님들도 제게 '더 찔 거면 더 찌라'고도 하셨다. 임신 전에는 건강을 위해 17㎏을 빼긴 했다. 출산 후 10㎏이 다시 찌기도 했지만 '뚱'으로 웃길 생각은 없었다. 외모보다는 차라리 제가 가진 다른 재능을 이용해서 하는 개그를 지향하겠다.(웃음)

-개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개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웃음을 드리고 웃음으로 주목받는 게 참 중독성이 있다. 이게 정말 중독이다. '내가 이걸 보여드리면 웃겠지?'라고 상상했을 때 행복하다. 실제로 크게 웃어주시면 그 어느 때보다 큰 희열을 느낀다. 저는 사실 개그우먼으로서의 고충도 없다. '너 왜 이렇게 뚱뚱해?'라고 외모를 지적받아도 타격이 없다. 하지만 '노잼'이라고 하면 무조건 타격받는다.(웃음)

-이수지에게 코미디란.

▶'구원자'다. 코미디는 날 구원했고, 힘든 사람에 있는 분들도 구원했다. '다음 캐릭터 뭐 짜지?'라는 고민이나 '이수지 안 웃기네'라는 말로 타격을 받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마치 내 인생을 보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다. 처음에 '황해' 했을 당시에는 한 20대 여성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버지께서 서울에서 사업하시다가 망하셔서 가족들끼리 경상도에 내려가서 국밥집을 차리셨다고 하시더라. 그 후로 이 가족에게는 단 한번도 웃을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 그러다 이 여성분이 아버지께서 '황해'를 보시고 웃으시는 모습에 '우리 아버지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웃음을 보면서 행복했다'고 연락을 주셨다. 그래서 국밥집에 연락드려서 아버님과도 통화했었다. 이후에 아버님께서 '개그콘서트' 회의실로 국밥을 다 보내주신 적도 있다. '내가 웃음으로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낀 계기였다.

또 한번은 김정자 캐릭터 다음에 할 만한 게 없어서 '개그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소아암에 걸린 아들을 두신 한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친구가 평소엔 힘이 하나도 없는데, 제 개그를 따라할 때는 자기 에너지를 쓴다고 하더라. 영상까지 보내주셨다. 그 친구 가족과는 계속 인연이 돼서 교류를 해왔고, 집에도 놀러온 적이 있다. 그러다 그 친구가 5년 정도 버티다가 하늘나라에 갔다. 처음 만났을 때가 여덟살이었는데…. 그 친구가 동기부여가 돼줬을 때는 정말 개그란 것이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고, 이분들의 웃음이 날 구원해주는구나 했었다. 앞으로도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같이 웃을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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