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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진 지갑 주인 찾아줬다가 고소당했다"…무슨 사연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2-06-23 09:45 송고 | 2022-06-24 09:39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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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진 지갑을 줍고 7시간 만에 경찰서에 가져다준 남성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길에 떨어진 것 주인 찾아준다고 줍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글쓴이의 친구 아들 A씨는 새벽에 집에 오다 길에서 지갑을 주웠다. 당시 A씨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지갑을 즉시 경찰서에 가져가지 않고 집으로 가 취침 후 다음 날 경찰서를 방문했다.

지갑을 습득하고 경찰서에 가져다주는 데에는 7시간쯤 걸린 것이다. 지갑 주인은 없어진 건 없지만, 지갑이 없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하며 A씨를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고소했다.

A씨는 곧장 변호사 상담을 받았으나, 합의하지 않으면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고. 특히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는다는 자체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합의금은 예상보다 꽤 큰 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쓴이는 "친구가 구체적인 금액을 얘기 안 해주길래 '지갑 새것 값이면 합의하라. 아들 앞길 망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면서 "다시는 길거리에 금붙이가 있어도 주인 찾아준다고 손대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주라고 하자, 지갑값이면 벌써 합의했다더라. 원하는 합의금이 꽤 큰가 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우체통에 넣었으면 편했을 텐데 뭐하러 직접 경찰서까지 갖다 줬는지. 20세라서 경찰서만 생각났다더라"라며 "지갑 주운 곳에서 파출소 가려 해도 버스 타고 몇 정거장이다. 요즘은 우체통도 귀하신 몸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후 글쓴이는 자기 아들에게 연락해 "네 것이 아니면 괜히 주인 찾아준다고 손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나라면 지갑 안에 돈이 없어져도 12시간 안에 지갑 찾은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은데 다 내 마음 같진 않다"고 했다.

끝으로 글쓴이는 "지갑 찾아줬다고 사례금 원한 것도 아닌데 참 씁쓸하다. 이젠 금붙이를 봐도 쓰레기로 생각하고 모른 척해야 한다"며 "내 것 아니면 돌로 생각하고 지나가셔라"라고 덧붙였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이러니 도와주는 분들이 점점 없어진다. 고마운 일에 고맙다고 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좋은 일 하려다가 참 씁쓸하다", "돈이 들더라도 소송해라. 합의의 문제도 있지만 20세 아들 마음의 상처가 더 클 듯",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삶이 점점 각박해진다", "본인이 간수 못 해서 잃어버렸으면서 황당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유실물이나 분실물 등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습득했을 경우 신속히 공무소에 신고하거나 이전 점유권자에게 반환하지 않고 본인이 소유하거나 타인에게 판매, 또는 대여한 경우 성립되는 범죄다.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1년의 징역형이나 300만원의 벌금이나 과료에 처한다.

실제로 한 대학생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늦은 시간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 두고 간 책과 노트북을 발견해 습득, 버스에 들고 탑승했다가 집에 두고 왔다. 며칠 뒤 수사기관으로 연락받은 대학생은 물건만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점유이탈물횡령죄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됐다.

버스 CCTV 등을 봤을 때 이 대학생이 물건을 훔치거나 숨기려던 사람으로 볼 수 없었던 점, 친구와 대화한 내용에서 분실물 센터에 관해 물어봤던 것 등을 강력하게 피력해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즉, 선의로 분실된 물건을 주워 경찰서에 맡기고자 했지만 보관 중 해당 혐의에 대한 오해를 받았다면 단순히 억울하다는 감정적 호소보다 불법 영득의 의지가 없었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대처해야 한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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