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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소희' 감독 "칸 두번째 초청 예상못해…한국영화 위상 드높아" [칸 현장]

[N인터뷰]①

(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2-05-26 10:00 송고
영화감독 정주리가 25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2.5.26/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영화감독 정주리가 25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2.5.26/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에서는 진심이 담긴 기립박수가 울려퍼졌다.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인 영화 '다음 소희'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있던 정주리 감독과 주연배우 김시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김시은 분)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 유진(배두나 분)의 이야기로, 첫 장편 데뷔작인 '도희야'로 제6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정주리 감독의 신작이다.
정주리 감독은 '도희야'에 이어 '다음 소희'까지, 2회 연속 칸 영화제의 부름을 받은 비범한 감독이다. 그가 8년 만에 선보인 신작은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정 감독은 "저도 잘 몰랐던 이야기이자 사건이고 스스로도 납득이 안 돼서 알아보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했던 영화"라고 설명했다.

'다음 소희'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지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소희는 학교를 통해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되지만, 특성화고에서의 전공과는 거리가 먼 콜센터 상담 업무와 해지방어 업무를 맡게 되고 실적 압박을 받는 등 강도 높은 노동에 몰린다. 1부가 소희의 이야기였다면, 2부는 소희가 겪은 사건에 의문을 품는 유진의 시선에서 사건이 이어진다.

'다음 소희'는 정주리 감독의 나무랄 데 없는 탁월한 연출력과 배두나와 신예 김시은의 열연으로 완성된 단단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사회적 이슈에 놓인 한 개인의 섬세한 감정에 이입하고 동요하게 되고, 전반부의 현실적인 전개와는 또 다른 후반부의 영화적 서사로 완결되는 작품에 감탄하게 된다. 정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다음 소희'가 칸에서 호평을 받기까지, 정주리 감독이 거쳐온 지난 시간을 함께 돌아봤다.
영화감독 정주리가 25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2.5.26/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영화감독 정주리가 25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2.5.26/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도희야'에 이어 '다음 소희'까지, 작품 나올 때마다 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8년 만에 칸 영화제를 찾은 소감은.

▶이 이야기는 8년 만에 만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작년 초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굉장히 빨리 모든 작업이 진행됐다. 작품 마무리를 다 못한 채로 칸 영화제에 올 정도로 빨리 진행이 되기도 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사이 시나리오를 쓴 것도 있고, 제작을 노력했지만 안 된 것도 있다. '다음 소희'는 준비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올해 이곳을 오게 될 거라 생각을 못했다. 이상한 일이다.(웃음)

-이번에 한국영화가 많이 초청됐다.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실감했는지.

▶우리나라 영화의 위상이 정말 엄청 드높구나 느낀다. 그 일원이 돼있다는 게 저로서는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한국영화가 이전부터 잘 해왔는데 이제 뭔가 알아봐주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열심히 각 분야에서 작업을 열심히 해왔고, 바로 이렇게 세계 관객들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이 영화를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서 시작하게 될 것 같은데, 여전히 너무나 모르고 어쩌면 이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일들도 있다. 그런 부분들이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에서 계속)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걸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개선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유진이라는 인물을 만들고 완성한 것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다.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았는데, 한국 사회 이슈에 대한 영화가 해외 관객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나. 

▶전혀 안 했다. 저도 잘 몰랐던 이야기이자 사건이고 스스로도 납득이 안 돼서 알아보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했던 작품이다. 제가 알고 있던 우리나라 어떤 현실보다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먼 곳에서 관객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전혀 몰랐다. 전작 보다도 이 부분에 대해 훨씬 걱정이 됐었다. 오늘 상영도 그런 (걱정하는) 마음으로 왔었다. 

-관객들이 진심을 담아 기립박수를 쳐주더라. 

▶너무 놀랐다. 이른 시간이라 많은 분들이 오실 거라 기대도 안 했었다. 중간에 나가시는 분들이 별로 없어서 놀랐다. 마지막에도 제가 느끼기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신 것 같아 감동이었다. 잘 봤다 말씀해주셨다.

-이 사건을 접했을 때의 마음은 어땠나. 

▶저도 당연히 분노하는 것에서 시작했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 그러면서 제가 느꼈던 분노를 넘어, (소희와 같은 사람이) 어쩌면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전체에 속해 있었구나 했다. 어쩌만 나도 외면당했겠구나 그 마음도 되게 컸다.

-콜센터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다. 관객들에게 전형적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안 했나. 

▶걱정을 많이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반부를 만들고 싶었다. 고객 상담 부분도 전형적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관객들이 공감하고 현실적으로 느끼길 바라기도 했다.

-몰랐던 현실이 크게 다가올 것 같다. 감정선도 매우 디테일한데 해당 사건 취재 과정은 어땠나. 어떤 부분을 꼭 담아내고 싶었는지.

▶제가 직접 당사자들이나 유가족들이나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콜센터에 가본다거나 일하시는 분들을 직접 상담해본다거나 하진 않았다. 기자분들이 취재하시고 글로 남기시고 인터뷰하신 글로 충분했기에 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건을 계속해서 취재하시고 관심을 가지시고, 계속해서 얘길했던 기자분들에 대한 존경도 있다. 다방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는 게 크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어떻게 연출하고 싶었나. 

▶사건 자체를 알아가게 되면서 전개되는 상황들, 이런 부분은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극적인 요소보다는 사실적으로 다루려고 했다. 그 속에서 겪고 있는 인물이 갖게 되는 감정들, 이런 것은 최대한 영화적으로 표현돼야겠다 생각했다. 눈이 오는 설정, 빛줄기가 비치는 장면, 이런 장면들이 관객들의 감정에 공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된다. 제목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동시에 제목이 이야기와 함께 떠오른 것 같다. 소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희 다음의 아이가 될 수 있고 소희 자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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