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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말5초부터 '롱 코비드' 파고 높아진다…대책 준비할 때"

[롱 코비드] ⑩송우정 교수 "남의 일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될 것"
불확실과 낙인에 환자 사회적 고통…재활·회복 돕는 진료법 시급

(서울=뉴스1) 특별취재팀 | 2022-04-25 06:30 송고 | 2022-04-25 09:08 최종수정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인한 족쇄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1개월 만에 해제되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간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가볍게 스쳐 지나간 이들도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증세와 강도도 저마다 다르고 이를 규정한 정확한 의료적 명칭도 없지만 먼저 사회적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해외의 사례를 들며 '롱 코비드'라 부르기 시작했다. 전 국민 3명 중 1명이 확진자라는 현실에서 코로나19 후유증 문제는 일상회복을 위해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넘어야 할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밀려오고 있다.
송우정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 뉴스1
송우정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 뉴스1

"많은 환자가 직장이나 일상생활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으며 코로나19 감염은 흔한 일이 됐지만, 감염자가 격리 해제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송우정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이 환자들의 고통을 '코로나19 감염 장기 후유증'(롱 코비드)으로 보고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송 교수는 "이달 말부터는 '롱 코비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어쩌면 가벼울 수도 있고 생각보다 다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후유증 환자들에게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텐데 우리가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관심을 갖고 대응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증상으로 힘들어하면서 정신적 고립까지 겪는 코로나19 후유증 환자들이 늘고 있다. 송우정 교수는 지난 15일 <뉴스1〉과 만나 우리 사회와 의료 체계가 '롱 코비드' 대책을 준비할 때라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에서 '롱코비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어떤 의미일까?
▶1차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당시 영국 런던에서 연수 중이었다. 영국은 그해 3월부터 하루 3만명씩 확진자가 나왔다. 모든 게 통제되다 6월 말쯤, 관련 조치가 풀렸는데 그때부터 회복 환자들은 여전히 크고 작은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후 유사한 연구 결과가 세계 각지에서 잇달아 보고됐다. 감염으로 인한 급성 폐렴이 회복된 환자가 길게는 1년 이상 여러 증상을 호소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1차 대유행 감염자가 많았던 국가에서는 후유증이 일찍부터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됐다.

흔히 '롱 코비드' 또는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으로 불린다. 코로나19 확진 혹은 추정 환자에서 발병 후 3개월이 지나도 이상 증상과 징후가 계속되고, 다른 진단명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현상을 가리킨다.

-롱코비드의 증상은 어떤 게 있을까?
▶기침·가래·인후통·호흡곤란 등 급성기(코로나19 감염 후 4주 이내) 잔여 증상이나 피로감·두통·기억력 또는 집중력 저하·후각 또는 미각 상실 등이 나타난다고 보고됐다. 우울감·불안 등 정신적 증상이나 장염과 탈모도 조사됐다고 한다. 증상의 종류는 100여 가지가 넘는다.

-우리나라만 '롱코비드'에 대한 인식이 더딘 걸까? 주로 어떤 환자를 진료하고 있나?
▶2020년 8월 한국에 와보니 확진자 수에만 관심이 쏠렸고 정작 환자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국내 논문, 연구는 물론 뉴스도 없어 의아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유행 전까지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환자들만 개별적으로 고생한 모양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계기로 코로나19 감염은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다. '롱 코비드'는 한국이 처음 겪는 이슈다.

지난해 말부터 기침이 계속되거나 숨 차는 증상으로 퇴원 후 외래 진료를 오는 환자가 늘었다. 그런데 검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최근에는 환자가 더 증가했다. 격리 해제되고 한 달이 지났는데 기침이 나거나, 폐렴 또는 코로나19 재감염이 의심돼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주로 호흡곤란이나 기침 환자를 보고 있다. 어떤 환자는 코로나19를 앓고 목이 간질간질한 기침 때문에 오고, 어떤 환자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말하는 중간에도 기침이 계속 난다고 한다. 특히 직장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다.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면, 우리나라 후유증 환자는 정확히 몇 명일까?
▶우리나라는 이제 연구와 집계를 시작할 계획이다. 외국 사례를 봐야 할 텐데 환자를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유병률이 달라진다. 롱 코비드 정의에 대한 문제인데, 우선 진단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다. 유병률이 과다 산출될 수도 있고, 과소 추정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를 경증으로 앓고 지나간 환자 중 10%, 중증으로 앓은 환자의 30~40% 많게는 80%라고도 한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후유증으로 알고 '롱 코비드'로 진단할 수 있을까?
▶학계가 '롱코비드'에 대해 합의한 진단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 되느냐는 기준점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자료를 모아 국내 환자에게서의 롱 코비드 현상 자체가 해외 사례와 차이가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만의 신체적 특징도 있을 것이다.

서양은 코로나19 초기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를 겪으며 회복 환자 간 후유증 경험차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라 오미크론 변이 감염에 따른 롱 코비드로 추정된다. 외국 사례와 차이가 있을 듯싶다. 우리나라는 우리 고유의 자료를 수집, 연구해야 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불확실성'이다. 환자 본인은 건강의 변화 또는 문제가 있어 보여 진료받았는데 의료진이 "당신은 큰 문제 없으니 지내보라"고 하고, 본인은 계속 문제를 겪는 점을 말한다.

서양에서도 '꾀병이다, 개인을 위해 하는 증상'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꾀병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사회적 관심을 갖고, 환자 재활을 돕는 게 필요하다. 롱코비드냐 아니냐, 꾀병이냐 아니냐를 의학적으로 가려내기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어떨 때, 코로나19 후유증을 의심해볼 수 있을까.
▶건강 변화나 질병은 없다가도 생기는 문제다. 코로나19를 앓지 않았더라도 이 시간에도 생기고 있다. 시간의 선후 관계로 인해 우리가 오해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없었던 증상이 코로나19를 앓고 나서 새로 생겼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걱정할 만한 병이 아니라고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료진은 환자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환자의 호소를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환자는 한 가지 증상으로만 병원에 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상을 두루 볼 수 있는 다학제 진료 클리닉의 형태가 필요하다.

증상의 종류나 정도 또는 빈도가 다양한 만큼 지역 병·의원이나 보건소의 역할, 공공병원의 역할 또는 난치성 문제를 깊이 있게 접근할 종합병원의 역할이 다르다. 진료를 연계, 의뢰하는 형태로 같이 움직여야 할 전망이다.

-앞으로 코로나19 후유증 환자는 언제부터 늘어날까? 사회 문제가 될까?
▶예상컨대 4월 말 혹은 5월부터 롱코비드가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가 될 전망이다. 어쩌면 가벼울 수도 있고 생각보다 더 다양할 수 있는데 추정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시간 경과에 따라 환자들의 후유증 증상이 달라졌다.

환자는 주로 급성기 직후에는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한다. 기침 하거나, 숨이 차거나 하는 문제가 2~6개월 사이 가장 많다. 이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의 증상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1년 이후에도 환자들이 겪는 문제는 우울증, 건강염려, 통증, 사회복귀의 어려움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2~6개월까지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켜야 하고, 6개월 이후 1년째까지 해소되지 않은 환자의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돌봐야 할 것이다. 초기에는 환자 증상을 위한 의학적 접근이, 중후반기에는 정신적 지지나 재활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롱코비드를 '3개월 이상의 후유증'으로 보기에는 너무 긴 시간 같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주변에 기침 소리만 나도 민감해한다. 확진자의 격리기간 해제 이후 발생할 모든 문제를 롱 코비드로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3개월까지 두는 건, 환자의 후유증 호소를 무시하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19를 앓고 한 달째 기침이 심해 오는 환자들이 많다. 왜 왔냐고 물어보면, 심한 경우도 있지만 잔기침이 남아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호소가 줄을 잇는다. 그런데 검사해보면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이고, 아무 이상이 없다. 이 경우를 '감염 후 기침'이라고 부른다.

꼭 기침 증상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다. 아울러 3개월까지 두는 건 조금 길다고 생각한다. 진료할 때마다 환자 진단명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환자를 사회적으로 보호하려면 '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후유증'을 진료 코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롱코비드'에 사회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의견을 듣고 싶다.
▶환자의 호소를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롱 코비드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될 예정이다. 지금 롱코비드는 사회적 현상이 되기 직전인데, 병원·언론 등 사회 각계에서 주목하고 있어 다행이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때 "왜 이러지?" 혼자 고민하기보다, 어떤 병인지 알기 위해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사회적으론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외국 사례를 보며 롱코비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고통을 겪지 않도록 적기에 재활과 회복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롱코비드 특별취재팀=강승지, 김정현, 박동해, 원태성, 윤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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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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