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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새 장 여는 암호화폐"…우크라이나 코인 기부금 1200억원 육박

전통 금융망보다 빠르고 투명한 '암호화폐 송금'…기부수단으로 '각광'
업비트, 이용자 기부 수수료 지원…카카오, 클레이 42억원 어치 기부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2-03-16 13:43 송고
2022년 2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안도시 텔아비브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한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2022년 2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안도시 텔아비브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한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암호화폐를 통한 기부와 후원이 주목받고 있다. 은행 해외 송금보다 빠르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전 세계로부터 받은 암호화폐 기부액이 1억달러(약 1241억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알렉스 보르냐코프(Alex Bornyakov)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 부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외신 기자들에게 암호화폐 기부 현황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식 트위터에 암호화폐 기부를 위한 지갑 주소를 공개한 건 지난 2월27일. 고작 10일 만에 전 세계에서 1000억원에 가까운 암호화폐가 모인 셈이다.
코인데스크 등 암호화폐 전문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쿠나'(Kuna)와 협업해 기부받은 암호화폐로 투쟁에 나섰다. 보르냐코프 부장관은 "이렇게 모은 암호화폐를 쿠나에서 미국 달러나 유로로 바꿔 식량, 방탄조끼, 야간투시경 등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처음엔 주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USDT)에 한해서만 기부를 받았다. 그러나 다양한 암호화폐로 기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지금은 도지코인, 솔라나, 아이콘 등으로도 기부를 받고 있다. 20만달러(약 2억4822만원)로 평가받는 유명 대체불가능한토큰(NFT) '크립토펑크'를 기부한 사람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암호화폐를 기부하는 이들 중에는 한국인도 다수 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비트코인 등을 전송하고 소셜미디어(SNS)에 '기부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이런 기부 행렬에 국내 암호화폐 업계도 동참하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운영사 두나무)는 오는 20일까지 우크라이나에 암호화폐를 기부하는 이용자의 출금 수수료를 전액 지원한다.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기부하면 약 4만5000원을, 이더리움을 기부하면 약 5만8000원의 출금 수수료를 업비트가 향후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업비트 측은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의 암호화폐 기부가 세계 곳곳에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기부에 동참하는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출금수수료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금수수료 지원은 공지 전에 이뤄진 기부에도 소급 적용되며, 업비트는 기부를 증명하는 NFT를 향후 지급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돕기 위해 자사 암호화폐인 '클레이' 약 300만개(약 42억원 상당)를 국제아동구호기구인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금은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를 막는 치료식과 우유를 비롯해 응급처치 키트,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식수정화제와 비누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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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황'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암호화폐 기부가 이어지는 배경은 암호화폐가 가진 특징에 있다.

암호화폐 기부의 장점은 은행 등 전통 금융망보다 더 빠른 송금 속도와 투명성이다. 스위프트망을 통한 해외송금은 여러 은행을 거치면서 길게는 며칠이 걸리지만, 암호화폐 전송은 통상 몇 분 안에 완료된다.

또한 누구나 인터넷으로 전송 기록을 검색해 볼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에 따라 기부자가 암호화폐의 전송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택배 운송장 번호를 입력하면 배송물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로 기부받는 국제자선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크라이나 현지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1900만달러(약 236억원)를 모금하고 있으며, 비트코인 등 60여종의 암호화폐도 받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US의 에토레 로세티(Ettore Rossetti) 리드 어드바이저는 "암호화폐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부 방식의 대안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앞서 2013년 세이브더칠드런은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서 약 6000명의 사망자를 나자 비트코인 기부를 받기도 했다.

유니세프 역시 지난 2019년 '유니세프 크립토펀드'(Cryptocurrency Fund)를 조성하고, 유엔기구 중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전 세계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는 공공 기술개발에 사용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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