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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혁명]④ 메타버스, 원조는 게임이었다…'와돋이'를 아시나요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1-12-07 06:30 송고 | 2021-12-07 08:45 최종수정
편집자주 인터넷이 대중화된 1990년말 불어닥친 '닷컴버블'을 방불케 하는 광풍이 불고 있다. 메타버스 개념에, 블록체인 기반의 NFT가 결합된 '돈버는 가상세계' 광풍이다. 2007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혁명' 이후 일대 변혁이다. 변화의 바람이 실체없는 광풍으로 사라질까,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을까.
블리자드가 만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우)의 경우, 와우와 해돋이를 합친 말인 '와돋이'라는 게임 내 문화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블리자드가 만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우)의 경우, 와우와 해돋이를 합친 말인 '와돋이'라는 게임 내 문화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메타버스? 그거 '와돋이' 아니냐?"

메타버스가 '대세'로 떠오른 시대다. 다양한 기업들과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란 무엇인가'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 메타버스는 수십년 전부터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었다. 바로 게임을 통해서다.

넥슨의 '바람의나라' 역시 '세시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을 기리는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넥슨의 '바람의나라' 역시 '세시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을 기리는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와우 '와돋이'·바람의나라 '세시마을'…이미 게임으로 경험한 메타버스

블리자드가 만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우)의 경우, 와우와 해돋이를 합친 말인 '와돋이'라는 게임 내 문화가 있었다.

와우의 게임 내 시간 시스템은 현실 시간을 동일하게 반영한다. '와돋이'는 이를 이용해 와우 게임 내에서 해돋이를 가장 잘볼 수 있는 공간에 매년 1월1일에 함께 모여 새해의 첫 일출을 와우 안에서 보는 것이다.
마치 현실에서 정동진에 사람들이 모여 해돋이를 보는 것처럼, 가상공간인 게임 내에서 자신의 아바타인 캐릭터를 이용해 현실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 이미 게임 이용자들은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메타버스'의 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을 몇십년 전부터 해온 셈이다.

와우뿐만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MMORPG 중 하나인 넥슨의 '바람의나라' 역시 '세시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을 기리는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현실에서는 정월대보름 같은 명절에 다같이 모여 달을 보며 '더위팔기'를 하는 전통 풍습을 실제로 체험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많은 게임 이용자들은 바람의나라 내 '달맞이 고개'에 모여 "내 더위 사가라"라고 말하며 전통 풍습을 자신의 캐릭터로 체험할 수 있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스노우 크래시'라는 SF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이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세컨드라이프에는 미국 IBM, 일본 광고회사 덴츠 등 다양한 기업은 물론 힐러리 클린턴까지 세컨드라이프를 통한 선거 홍보에 나서는 등 열풍이 불었다. 이같은 열풍을 통해 메타버스를 이미 20년 전에 경험한 사람들도 적지 않은 셈이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SK텔레콤 제공)© News1 
SK텔레콤이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SK텔레콤 제공)© News1 

◇메타버스, 게임의 P2E 요소 도입…"과거 실패에서 발전"

이처럼 사실상 게임이 메타버스의 '원조'격인만큼, 최근의 메타버스 열풍을 게임업계에서 선도해나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다.

특히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가상현실 내의 경제와 현실을 연결한 '돈버는 게임'(Play 2 Earn·P2E)이라는 개념도 기업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제페토에서 라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벚꽃정원' 이미지 1200개를 NFT로 발행해 일본 NFT 거래소를 통해 개당 500엔(약 5200원)에 판매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ICT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도 지난달 NFT거래 마켓을 보유한 코빗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내 아이템, 의상 등 가상 재화를 NFT화하고, 암호화폐와 연계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세컨드 라이프'같은 게임 역시 '린든 달러'(L$)라는 가상화폐를 환금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와 달리 결국 개발사가 관리해야 하는 가상화폐에 불과해 이에 따른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NFT를 바탕으로 한 P2E 모델은 과거의 실패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카맥은 지난 10월 열린 '페이스북 커넥트2021'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열풍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페이스북커넥트 영상 갈무리) © 뉴스1
존 카맥은 지난 10월 열린 '페이스북 커넥트2021'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열풍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페이스북커넥트 영상 갈무리) © 뉴스1

◇20년 전 이미 경험한 게임업계, 메타버스 '장밋빛 미래'에 연달아 경고

그러나 그동안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를 이미 먼저 경험했던 만큼, 게임업계에서는 20년만에 돌아온 메타버스 '열풍'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둠', '퀘이크', '울펜슈타인' 등 3차원(3D) 게임을 개발한 게임 개발자이자, 페이스북이 사명을 바꾼 메타에서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의 자문을 맡고 있는 존 카맥은 지난 10월 열린 '페이스북 커넥트2021'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열풍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존 카맥은 메타버스에 대해 '장밋빛 미래'만 말하는 사람들을 '아키텍처 우주비행사'(Architecture Astronauts​)라고 부르며 "가장 광범위한 개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하고, 메타버스가 말하는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한 실행계획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메타버스에서는 막대한 바퀴가 굴러가고, 자원이 밀려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면서도 "메타버스를 위해 디바이스와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임 매체 'PC게이머'는 아예 '메타버스는 헛소리(bullshit)'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미 인터넷 자체가 스노우 크래시가 구상한 메타버스보다 큰 개념"이라며 "SF 메타버스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이를 멋지게 포장하지만 실제로 12시간 동안 메타버스에서 머무르는 것은 지옥 같은 일이라는 점을 말하진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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