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배달 오토바이 후문 통행 금지" 부산 대단지 아파트 '갈등'

일부 주민들 '소음 민원'에 이번 주부터 후문 통제
정문 통하려면 5~10분 더 걸려…배달 거부 목소리도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박세진 기자 | 2021-07-17 05:45 송고
15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동 A아파트 후문에 '오토바이 출입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다.2021.7.15/© 뉴스1 노경민 기자
15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동 A아파트 후문에 '오토바이 출입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다.2021.7.15/© 뉴스1 노경민 기자

"소음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멀쩡한 길 놔두고 돌아가야 합니다."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피크시간대' 배달 오토바이 후문 출입을 제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가 여름철과 맞물려 배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배달 라이더들의 '배달 거부' 가능성도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 A아파트는 지난 12일부터 평일 오후 6시~아침 6시 사이 후문 오토바이 출입을 막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A아파트는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24시간 내내 오토바이 후문 출입을 금지한 상태다.

지난 15일 오후 6시쯤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해보니 굳게 닫힌 후문 앞을 서성이는 배달원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일부 배달원들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한번만 열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라이더 B씨는 "평소에 안 그러다가 대체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며 "다른 동료 배달원들도 불만이 상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녁 배달 주문이 몰리는 피크시간대에는 라이더들의 불만이 더욱 커진다.

실제 거리를 재보니 A아파트 후문에서 상권밀집 지역까지는 300~400m. 오토바이로 1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하지만 후문이 막히면서 큰 도로변으로 한참을 우회한 뒤 정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상권밀집 지역에서 A아파트 정문까지의 거리는 1.1km~1.2km인데, 퇴근시간이 겹칠 경우 오토바이로 이동해도 5~10분 더 소요된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배달원들 사이에서는 '배달 거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더 황모씨(30대)는 "라이더들이 A아파트에 배달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며 "결국 입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거고 라이더들이 다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출입문을 닫고 있다.2021.7.15/© 뉴스1 노경민 기자
15일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출입문을 닫고 있다.2021.7.15/© 뉴스1 노경민 기자

A아파트 측은 무슨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걸까.

애당초 A아파트는 오후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후문 출입로를 통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여름철 창문을 열어놓은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배달 오토바이 소음 민원이 더욱 거세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단지 내 오르막 방지턱을 추가로 설치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자 저녁 시간대 후문 출입을 막았다는 입장이다.

배달 라이더들이 아파트를 가로 질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지난 6월21일 입주자 대표 12명이 참가한 회의에서 후문 통제가 결정됐다.

약 2주간 계도기간도 거쳤다. A아파트 관계자는 "사전에 아파트 게시판에 후문 출입 제한 사실을 알렸고 단지 내에 안내 현수막도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상인들은 A아파트와 라이더들의 갈등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혹시나 불똥이 튀어 배달이 줄거나 배달 거부 현상이 발생할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인 C씨는 "여름철 음료의 경우 얼음이 다 녹은 뒤 도착하거나 면종류는 다 불어서 갈 수도 있다"며 "A아파트 주민들의 주문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 이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15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한 아파트 단지 후문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나가고 있다.2021.7.15/© 뉴스1 노경민 기자
15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한 아파트 단지 후문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나가고 있다.2021.7.15/© 뉴스1 노경민 기자



blackstamp@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