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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새벽 1분만에 금은방 '후다닥'…완전범죄 노린 경찰 간부

수억 도박 빚에 수십번 도상연습 후 범행했으나 20일만에 덜미
범행후 CCTV 통합관제센터 들러 자신의 범행흔적 체크해보기도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2021-04-27 06:30 송고 | 2021-04-27 17:52 최종수정
© News1 DB

"아~ 또 꽝이네!" 

지난해 12월쯤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불법 도박인 '슬롯머신'을 즐기던 광주 서부경찰서 소속 A씨(48·경위)는 마우스를 내던지며 허탈해했다.

큰 거 한 번만 제대로 터지면 빚을 청산하고, 새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 단 몇 초 만에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도박을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연히 게임을 접하고 빠져든지 2년 만에 8억원 이상 돈을 쏟아부었으나 결과는 수억원에 달하는 빚뿐이었다. 공무원 월급만으로는 매달 이자를 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신용 탓에 은행 대출은 이미 막혔고, 빌린 돈 때문에 지인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등 사회로부터의 단절감은 극에 달했다.

그 무렵 A씨는 과거 파출소 근무 당시 알게 된 광주 남구의 한 금은방을 떠올렸다.

해당 금은방은 야간에 사람들의 통행이 뜸해 잘만 하면 완전범죄를 노려볼 만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다 지난해 12월17일 A씨는 머릿속에만 수십번 그려오던 범행 과정을 직접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날부터는 연차 휴가까지 냈다.

A씨는 먼저 전남에서 농사를 짓는 아버지 집에 들러 절단기, 노루발못뽑이, 망치 등 범행 도구를 챙겨 자신의 카렌스 승합차에 실은 뒤 광주 서구의 한 건물 앞으로 이동했다.

CCTV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 주차하고 범행 장소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자전거가 고장이 나면서 다시 차로 돌아온 A씨는 차량의 번호판과 선루프를 당시 내린 눈으로 덮고, 차 로고에 종이테이프를 부착하는 등 위장한 뒤 다시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

이윽고 12월18일 오전 3시쯤 A씨는 미리 준비한 절단기로 해당 금은방의 자물쇠를 절단한 뒤 다시 차로 이동해 주위를 살피며 때를 기다렸다.

새벽 4시가 되자 결심이 선 A씨는 노루발못뽑이로 금은방 출입문 옆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침입해 2540만원 상당의 귀금속 약 42점을 가방에 담고 달아났다. A씨가 범행을 실행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여 안팎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범행을 끝낸 그는 몰고 온 차를 다시 타고 전남 장성과 영광 일대를 배회했다.

동선이 길고 복잡할수록 차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경찰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A씨는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광주시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 다음날 관제센터 수사 사무실을 찾아 '바뀐 시스템을 구경하러 왔다'고 속이고 자신의 차 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해보기도 했으며 근무지로 정상 출근해 순찰까지 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A씨의 범죄 행각은 경찰의 집요한 수사로 범행 발생 20일 만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지병으로 병가를 내고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던 A씨를 곧장 체포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동료 경찰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경찰은 A씨를 파면 조치하고 특수절도, 건조물 침입, 상습도박,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 22일 광주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윤봉학)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 등에 관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찰관이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고, 그로 인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자 야간에 건조물을 침입해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 동료 경찰관들에게 허탈감과 상실감을 주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에게 엄정한 형을 선고함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를 했고, 피해 물품도 모두 반환된 점, 피고인에게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문과 같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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