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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0분 만이라도…" 긴 그리움, 짧은 만남 '야속한 코로나 생이별'(종합)

전국 곳곳 요양시설서 환자와 가족 '상봉'
"언제 손잡을 수 있을까"…아쉬움에 한숨·눈물

(전국=뉴스1) 이상휼 기자, 송애진 기자, 김다솜 기자 | 2021-03-09 17:24 송고 | 2021-03-09 18:38 최종수정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면회가 재개된 9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요양원에서 딸 홍석자(65)씨가 어머니 김재월(91)씨를 면회하고 있다. 2021.3.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면회가 재개된 9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요양원에서 딸 홍석자(65)씨가 어머니 김재월(91)씨를 면회하고 있다. 2021.3.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어떤 이는 눈물로, 또 어떤 이는 위로로, 또 다른 이는 그저 바라만 보았다. 

9일 정부의 요양병원·요양시설 면회금지 조치가 완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환자와 가족이 상봉했다.
오랜 시간 만에 만난 환자와 가족들은 마스크를 쓰고 가림막을 사이에 둔 채로 불과 10여분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할 말은 너무나 많았는데 나눌 수 있는 대화는 몇 마디 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이별로 환자들과 가족들. 
사무치도록 그리움은 길었는데 만남은 너무 짧았고 아쉬움은 더 커졌다.

◇ '단 10분'…안타깝고 아쉽고 그리움만 더한 짧은 만남

경기 의정부에서는 신곡동 소재한 '카네이션 요양병원(원장 노동훈)'에서 뇌출혈로 인한 편마비 환자 A씨(52)가 14개월 만에 가족과 첫 만남을 가졌다.

A씨는 가족을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A씨의 누나는 "울지만 말고. 지금은 손을 잡을 수가 없어. 얼굴도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미안해. 코로나 때문에 조금 더 참자"고 달랬다.

면회를 마친 뒤 A씨의 누나 B씨는 "어제 면회가 된다는 소식에 너무 기쁘고 반가워서 밤새 잠을 설쳤다. 비대면이라 아쉽지만 얼굴이라도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손도 못 만지고 얼굴도 못 만져서 아쉬움도 크다. 1년 넘게 가족 얼굴도 직접 못본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는 "어차피 소독 다 한다. 손도 못 잡고 너무 안타깝다. 방역복이라도 입고 면회할 수 있게 조치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모녀에게 주어진 10분의 면회시간이 끝나고 어머니 김분이씨(91)가 면회실을 떠나는 딸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모녀에게 주어진 10분의 면회시간이 끝나고 어머니 김분이씨(91)가 면회실을 떠나는 딸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엄마 보고싶었어요"…90대 노모와 60대 딸 재회

이날 창원과 대전의 요양시설에서는 모녀 상봉이 이뤄졌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봉림동 시티요양병원에는 딸 이현희씨(56)가 어머니 김분이씨(91)와 만났다. 지난해 9월 김씨가 집에서 넘어져 허리 골절로 입원한 뒤 모녀는 오랜만에 재회했다.

비록 유리벽이 모녀 사이에 막혀 있고, 유선 마이크를 통해 말하면 스피커로 듣는 구조였지만 더없이 귀한 만남이었다.

마이크에 빨간색 불이 들어오자 스피커 너머로 이씨가 "엄마! 내다. 내. 현희"라고 외치자, 어머니 김분이씨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면회 시간은 10분. 모녀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면회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비접촉 면회가 풀렸다가, 묶였다가 할 때 가슴을 많이 졸였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도마동 소재 대전요양원에서는 지난 1월 요양원에 입소한 김재월씨(91)가 휠체어를 탄 채 창 너머에 있는 딸을 만났다.

딸 홍석자씨(65)는 "엄마 보고 싶었어요. 다음에는 막내 딸하고 같이 올게요"라고 말했다.

홍씨는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소하시기 전에는 몸이 안 좋으셨는데 지금은 전보다 훨씬 좋아지신거 같아 다행"이라며 "귀가 잘 안들리셔서 항상 크게 얘기하는데 사람들이 그럴때마다 왜 그렇게 엄마한테 크게 얘기하냐고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집으로 향하는 딸 홍씨에게 휠체어에 탄 채 손을 흔들었다. 면회가 끝나자 요양보호사는 할머니에게 채운 마스크를 제거하고 휠체어를 돌려 병실로 향했다.

면회가 끝난 뒤 요양원 관계자는 면회실과 문 앞 테이블 등 시설물을 꼼꼼이 소독한 후 면회실에 있던 마이크 덮개를 새로 교체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면회가 재개된 9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요양원에서 딸 홍석자(65)씨가 어머니 김재월(91)씨를 면회하고 있다. 2021.3.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면회가 재개된 9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요양원에서 딸 홍석자(65)씨가 어머니 김재월(91)씨를 면회하고 있다. 2021.3.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 코로나 장기화 대비, 지속가능한 방안 마련해야


코로나 사태 장기화를 고려해 요양병원·시설마다 지속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접촉 방문 면회를 일상적·상시적으로 실시해달라는 권고다. 관리 편의나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면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권고사항에 그친 만큼 병원마다 지침은 다르다. 당장 비접촉 방문 면회 공간이 없어 시간적 여유를 두는 곳도 있다.

이번 정부 지침에 대해 경남 소재 한 요양병원 관계자 "필요에 의해 면회가 필요하다면 병원에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맞다"며 "비접촉 공간 조성이 일선 병원에 크게 무리가 가진 않겠지만 모든 병원이 준비를 마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대면 접촉 면회 예약이 없는 병원도 있다. 또 다른 경남 소재 요양병원 관계자는 "아직 우리 병원은 대면 접촉 면회 예약이 없다"며 "아무래도 감염 우려가 아직 남아있어서 환자들도 가족들에게 오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면회가 재개된 9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요양원에서 직원이 비대면 면회장을 소독하고 있다. 2021.3.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면회가 재개된 9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요양원에서 직원이 비대면 면회장을 소독하고 있다. 2021.3.9/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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