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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끝내자" 통보에 불륜남은 여친 '구글계정' 열었다

[사건의재구성] 동기화된 연락처로 지인에 '무차별 폭로'
"원본 넘길테니 500만원 달라" 협박도…법원, 집행유예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온다예 기자 | 2020-09-26 07: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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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철씨(가명)는 지난 2월 모르는 연락처에게서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다. 지인인 김숙희씨(30·가명)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시작한 글에는 김씨의 외도에 대한 내용이 속속들이 적혀 있었다.

'최근 4~5개월 동안 김씨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김씨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친추'(친구추가)를 한 뒤 물어보라.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하겠다"는 취지 문자를 보내왔다.
이런 문자는 김씨 아버지에게도 전송됐다. "사위가 담배 안 피우는 줄 아시죠? 엄청난 꼴초입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김씨의 전 내연남이었다.

이지훈씨(37·가명)는 김씨가 '외도를 이어가지 못하겠다'며 이별을 통보하자 이같은 문자를 무차별로 뿌리는 범행을 저질렀다.

그의 범행은 3~4일간 이어졌다. 짧은 기간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이 기간 온갖 치부가 들춰진 김씨의 수치와 답답함은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씨는 이후 '전 애인' 김씨에게 "(나눈 대화 등) 캡처 원본 등이 담긴 USB를 싹 다 넘길테니 그걸 사가라"면서 "복구하는 데 500(만원)이 들었으니 (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넌 내옆에서 떠날 수가 업성(없어), 내가 하고싶은대로 모든 걸 하겠어. 대기하고 내가 오라고 하면 와야 돼"라면서 김씨에 대한 겁박을 이어갔다.

한때 밀회를 즐겼으나, 이제 김씨에게 이씨는 '괴물' 같은 존재가 됐다. 견딜 수 없던 김씨는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이씨는 김씨가 온라인 게임 편의 등을 위해 알려준 구글 계정에 접속해 동기화돼 저장상태인 김씨 지인의 연락처 등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협박, 공갈미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등 혐의를 받는 이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서울남부지법(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 2020.6.15/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서울남부지법(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 2020.6.15/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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