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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화조달 '비상등'…"한일 통화스와프 복원도 타진해야"

단기자금 불안에 '2배 늘린' 한미 통화스와프도 약발 제한
전문가 "어려운 길도 가야한다…日 외화회수 가능성 있어"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0-03-25 06:00 송고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나라의 외화 조달 길이 막힐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된다. 외환과 단기자금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국책은행·대기업마저 자금 마련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제2금융권에서부터 대출 중단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외환시장을 안정시켜 금융기관과 기업의 신용경색, 즉 '돈맥경화'를 막는 정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를 확대하고, 국제정치에 막힌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가 지난 24일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회의 후 내놓은 발표를 보면, 기존 코로나19 경제 대책인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50조원은 '기업구호 긴급자금' 포함 100조원으로 확대된다.

기업구호 긴급자금은 회사채와 단기자금시장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회사채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20조원 규모 채권안정펀드가 운용된다. 6조7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시 유동성을 겪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한다. 2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로 기업의 회사채 차환을 돕는다. 산업은행은 1조9000억원 규모로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분을 매입한다. 정책금융기관들도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차환을 지원한다.  

지난주 1차 회의에서 중기·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방안을 내놓은데 이어 이번 2차 회의에선 지원대상을 중견·대기업까지 확대했다. 대기업이 쓰러질 경우 2, 3차 하청업체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집중됐던 정부 지원에 제한을 두지 않고 대기업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안정화 '끝판왕' 격인 한미 통화스와프도 통하지 않는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전 대책의 틀을 깨는 파격 방안이나 정치적으로 택하기 어려운 선택지도 검토할 것을 조언했다.

◇2배 늘린 '한미 통화스와프'도 약발 제한적

전문가들은 지난 20일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배 규모로 체결했지만, 그 효과는 예상보다 미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가 금융시장 불안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던 상황과 비교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금액이 꽤 큰데도 불구하고 증시가 내림세와 오름세를 반복하는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경우 어느 정도 진행 상황이 예측됐던 반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경제 전문가로서 전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외환시장에 널리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 600억달러는 당국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 큰 조치지만, 지난 이틀간 추세를 봤을 때 이것만으로 시장이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외환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 미국 펀드 환매로 외국인들은 계속 한국 주식을 매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러를 비롯한 외화 수요가 단기자금시장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함께 금융사나 기업의 피해 확대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미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시작된 증거금 확보 문제가 CP와 회사채 시장으로 번지면서,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조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캐피털사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대출을 최소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은 최고인데…"금융 대책은 타국 비해 미흡"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CP 직접 매입 등 기존에 없던 수단을 통해서라도 최근의 신용경색(자금 부족 사태)이 실물과 금융 복합위기로 번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은은 기존 수단을 활용한 유동성 공급에는 적극 나서겠다면서도 직접 매입은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기축통화국이라는 차이점은 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CP와 투자등급 회사채 매입을 위한 관련 기구 설치를 예고하는 등 사실상 '무제한 달러 찍기'에 해당하는 무한정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정책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미흡하다"면서 "전날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했는데,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더욱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정부는 한은의 직접 매입 대신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신속인수제도로 회사채·CP 시장에 개입해 견실한 기업들의 일시적 자금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연기 검토' 日 자금난에 외화 유출 빨라지나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이 올림픽 연기 여파로 국내에서 단기채 등을 회수할 경우, 일본발 외화 유출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교수는 "한일 통화스와프도 체결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도 단기외채 비율이 상승하고, 일본계 자금 유출이 시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국제 정치와 냉각된 한일관계는 분명한 걸림돌이다. 하지만 향후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국제적인 '방역 우수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등 교환 체계를 통해 스와프 복원을 적극 타진해 보는 것도 불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강 교수는 "물론 한일관계가 최악일지라도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물밑에서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과 무역으로 경쟁하는 일본의 입장에서도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격 급락) 시 한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통화스와프의 이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한은도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일본과 하는 통화스와프도 의미가 있는 만큼 앞으로 외환시장 안전판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은행 간 협력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700억달러 규모로 체결된 뒤 2012년 10월 종료됐다. 지난 2016년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등으로 일본에 재연장을 요청했지만, 일본이 거절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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