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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개편 골든타임]④ 영국도 지역구 삭감 논의…한국과 다른 점은?

英 하원, 의원수·선거구 검토 과정에 국회의원 배제…공공성 강조
한국 국회선 의원정수 '셀프' 논의…"획정위 독립성 보장" 의견도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19-03-09 09:00 송고
편집자주 이번 20대 국회는 선거제도 개편의 '골든타임'으로 꼽히지만 여야는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편의 공동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들어 현행 선거제도가 유리하자 딜레마에 처한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이번 3월 선거제도 개편의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제도 관련 논의 사항과 쟁점을 짚어본다.
런던 하원.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런던 하원.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정치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도 하원의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하원의원은 650명 전원이 지역구 의원인데, 이보다 50명 삭감한 600명으로 의원정수를 확정할지 여부가 영국 하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물론 영국 하원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지역구를 줄이는 데 대한 반발이 뒤따르고 있다.

다만 국내 정당들이 의원정수와 선거구 검토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과 달리 영국 하원은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영국이 새로운 선거구를 정하는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선거구별 유권자 수에 대해 산술적인 규정을 명시한다는 것도 한국과의 차별점이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등 4개 지역별 경계위원회(Boundary Commissions)는 1986년에 제정된 의회 선거구법에 따라 각 지역 선거구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고 있다.

경계위원회는 영국 선거구와 관련해 정부에 권고안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법정기구다. 인구·행정경계 변화 등을 고려해 5년마다 선거구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정부가 경계위원회 최종보고서를 검토해 하원으로 제출하면, 하원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 새로운 선거구가 다음 총선에 적용되는 과정을 거친다.

마크 제너(Mark Jenner) 영국 하원 미디어담당 매니저는 이메일을 통해 "영국의 경계위원회는 선거구에 대한 검토를 수행해 2018년 9월 정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이러한 2018년 검토 보고서는 영국 선거구의 수, 즉 하원 의원의 수를 반드시 600명으로 줄이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제안은 하원의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의원 수를 현행 650명에서 600명으로 대폭 줄이는 권고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영국 하원은 즉각 들끓었다. 새로운 선거구에 따르면 보수당은 16석을 추가로 얻는 반면 노동당은 30석, 토리당은 10석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9월 10일 자 기사에서 "노동당이 이 제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일부 보수당도 반항하면서 제안된 제도가 시행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새로운 선거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한국과의 차이점이다. 물론 경계위원회 위원장을 하원 의장이 맡긴 하지만, 권고사항을 검토하거나 작성하는 일에는 참여하지 않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경계위원회는 홈페이지에서 "경계위원회는 선거구 경계를 검토할 때 투표 패턴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경계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의 견해는 공공의 이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소개하고 있다. 국회의원 수와 직결된 선거구를 결정함에 있어서 각 정당의 이익보다는 공공성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영국 경계위원회는 또 산술적인 규정을 포함한 의회선거구법(Parliamentary Constituencies Act)을 따르도록 돼 있다. 이 법에는 "선거구 면적은 1만3000㎢ 이상이 되어선 안된다", "선거구당 유권자수는 영국 선거 쿼터의 95% 미만이어선 안되며, 105% 이상이어도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크 제너 매니저는 "새로운 영국의 선거구는 거의 같은 수의 유권자수를 보장하고 있다"며 "여기서 선거구별 유권자수는 7만1031명 이상, 7만8507명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계위원회는 선거구 조정안을 만들 때 공청회를 열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이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은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경계위원회가 지난해 제출한 최종보고서는 3만5000여개 시민의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여야가 합의를 통해 의원정수를 '셀프'로 정하면,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역구 의원수를 고려해 선거구를 획정한다.

물론 한국 국회도 획정위가 제출한 안(案)을 반려하거나 부결할 수 있을 뿐, 안 자체를 수정할 수 없다. 영국 의회가 획정안에 대한 가부만 결정할 수 있고 수정 권한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구별 인구편차에 대한 산술적인 규정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별 유권자수 차이가 최대 2배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획정위에 여야 정당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지난 총선에서 획정위가 정당 추천 인사 위주로 구성돼 정당의 입장만을 대변하면서 합리적인 절충안 마련이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선거구 획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영향을 가급적 최대한 배제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획정위원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위주로 충원하고, 의결방식을 단일안 도출에 용이하면서 다양한 선호표출이 가능한 선호투표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획정위의 상설화와 회의록 공개 등과 같은 개선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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