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016.5.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정치권에 불고 있는 '반기문 대망론'의 지속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반 총장은 2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언론인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에 저는 한국 사람이 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가서 고민해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 "제가 그런 말(대망론)을 안했는데 자생적으로 나오는데 대해 제 자신은 개인적으로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헛되지 않았고, 노력한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내고 난 뒤 내년 12월 대선 출마를 적극 고려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이 지금까지 대권 도전과 관련해 내놓은 가장 적극적인 언급이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충청 대망론'과 '반기문 대망론'이 꿈틀대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발언이라는 점도 주목된다.반 총장은 26일 자신의 대권 시사 발언이 과잉해석 됐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그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반기문 대망론'이 반짝 인기에 그칠지, 아니면 지금의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갈 지 여부다.
그간 대선을 앞두고 국내 최고의 경제인, 행정가, 경제학자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으나, 모두 혹독한 검증을 거치면서 결국 그들의 이력에 오점만 남긴 채 레이스를 끝내지 못하고 중도하차 한 선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국현·고건·정운찬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반 총장은 이들 중에서도 고건 전 총리와 비교된다. 특히 지금의 상황은 2006년 17대 대선을 1년 앞두고 여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았던 고 전 총리의 사례를 연상케 한다. 반 총장도 19대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여야로부터 집중적인 구애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고 전 총리는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으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증과 비방이 시작되자 출마를 포기했다.
반 총장도 이 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혹독한 검증을 견뎌내면 대권 주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앞선 인사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다만 반 총장이 고 전 총리와 다른 점은 현재 권력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2006년 당시 고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그해 12월 21일 고 전 총리 기용에 대해 "결과적으로 실패해버린 인사"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었다.
결국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비토하면서 급격히 그 세(勢)가 꺾인 것이다.
하지만 반 총장은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만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반기문 대망론은 충분이 끝까지 갈 수 있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들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박 대통령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다. 그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밝혔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마땅한 후보감이 없다는 게 반 총장을 여권 후보자 중 상수로 봐야하는 긴박감이 있는 것 같다"며 "그 배경에는 박 대통령이 워낙에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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