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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마저 대거 병원 이탈하나…"이대론 못 참아" 심상찮은 움직임

개별 사직 이어 집단 사직서 제출로…빅5 소속 교수들도 꿈틀
9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 모여 구체적 계획 논의 예정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김지혜 기자 | 2024-03-07 06:01 송고 | 2024-03-07 09:12 최종수정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데 이어 전임의들의 대거 이탈도 가시화하는 가운데 병원에 남아 있던 교수들마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제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정부와의 중재를 위해 나서려 했던 교수들이었지만 정부가 이탈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정지 절차를 밟기 시작한 데다 대학들이 2000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의대 증원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수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교수직을 내려놓고 학교를 떠나겠다는 교수가 늘고 있어 의과대학 차원에서 사의를 표한 교수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의과대학장은 뉴스1에 "실제로 사직하겠다는 교수님들이 꽤 있어 일단은 말리고는 있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 크다"며 "굳이 나가겠다는 걸 끝까지 말릴 수는 없지만 일단 되는대로 말리고 있다. 지금 다른 학교도 같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각 의과대학이 제출한 의대 증원 희망 규모가 3041명이라는 결과가 공개된 5일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우성 경북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공개 사직의사를 밝혔고, 원광대 의과대학장 등 의과대 교수 5명도 학교 측의 증원 신청에 반발해 이날 보직 사임했다. 강원대 의대 교수 2명은 삭발을 하기도 했다.

경상국립대 의대에서도 현재까지 소속 교수 12명이 행정 보직을 사직한다며 보직 사직원을 제출했다. 보직이 없는 교수 2명은 사직서를 냈다.

강윤식 경상대 의대 학장은 "12명의 교수들이 학교 교수직을 그만둔다는 의미로 보직 사직원을 제출하셨다"며 "문제는 기금교수나 겸직교수 모두 그만두겠다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거운 삶에도 포기하지 않고 필수의료를 담당하셨던 교수님들까지도 다 나가라고 등 떠미는 형국이 되어 진짜 큰일"이라고 했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비공개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2024.3.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비공개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2024.3.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5일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정부의 의대 증원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행보를 시작했다.

빅5 병원 교수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만들어 전공의와 의대생을 병원과 교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공의에 대한 법적 처벌이 진행된다면 교수들은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같은 날 긴급 교수 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은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후 이들은 다음날인 6일 김 병원장과 임시 간담회를 열어 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울산대 의대 상황은 더욱 심상치 않다.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소속 교수 80% 가까이가 전공의 처벌에 반발해 병원 진료를 안 하는 겸직 해제를 하거나 사직서 제출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를 강제노동금지 협약 위반으로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긴급총회를 열고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후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이 모인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9일 긴급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은 "지금 각 학교별로 처한 상황과 대응방안들이 달라 그나마 대표성이 있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긴급총회를 열기로 했다"며 "9일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장들이 모여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화일로를 걷게 된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응급 수술을 제외하고 다 줄여서 가는 상황인데 여기서 상황이 악화하면 병원은 진짜 문을 닫아야 한다"며 "현재로선 병원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 정부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윤식 학장도 "사회적인 갈등이 있을 때 중재하고 문제가 풀어지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은 정부가 더 불을 지르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우리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도 이젠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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