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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뒤흔든 키워드 '마약 전쟁'…2024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치료 사각지대 여전…검찰·법원은 마약 사범 치료 앞장서야
마약과의 전쟁?…"악마화 사회에 폐 끼치는 사람으로 만들어"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2023-12-31 08:00 송고 | 2023-12-31 10:26 최종수정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철역에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기획한 마약 검사지 포스터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철역에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기획한 마약 검사지 포스터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023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 곳곳에는 '마약'이 있었다. 중고생들이 다니는 강남 학원가의 '마약 음료' 사건을 비롯해 롤스로이스남(男), 용산 경찰관 추락사, 이선균씨의 사망 모두 마약과 연관을 맺고 있다.

마약 범죄 숫자도 증가했다. 대검찰청의 '2023년도 10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의 수는 2만2393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7209명 증가한 수치다. 마약 운전에 따른 면허 취소 처분 사례도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2019년에 58건이던 수치는 2021년 83건, 2023년에는 10월까지 82건을 기록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다. 특히 예방과 재활 분야가 강화됐다. 관련 내용을 담당하는 식약처의 경우 관련된 내년 예산이 414억으로 올해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 교도소 갱생 프로그램 부재…지난해 치료 감호 청구 11건 불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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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활 확대 의지와 달리 재판과 수감 과정에서 치료의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교도소가 대표적이다. 수감자들은 같은 혐의를 받은 사범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그러다 보니 마약사범의 경우, 약을 끊고 출소하는 게 아니라 마약 정보를 공유한 뒤 사회로 나오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정준영 마약 전문 변호사는 "구치소 내에서 타 명의로 수면제를 받아 마약처럼 제조하는 경우도 있다"며 "마약사범을 교육하고 치료하는 구치소 내 갱생 프로그램이 없다"며 프로그램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보장돼 있는 치료 감호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치료 감호란 실형 복역에 앞서 치료하게 해 주는 보호 처분이다. 마약 사범이 치료 감호 처분을 받으면 국립법무법원에서 일정 기간 치료를 받다가 남은 형기를 교도소에서 보낸다.

그러나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검찰이 마약류 사범에 대해 청구한 치료감호 숫자는 11건에 불과했다. 2022년 구속된 마약사범이 2196명임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박진실 마약 전문 변호사는 "심지어 가족이 원해도 치료 감호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법원과 검찰이 적극적으로 치료 명령을 내리고 감호 청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약과의 전쟁?...용어 바꿔야 인식 바뀐다

적극적인 재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시민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마약 사범을 범죄자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인식해야 그들의 재활에 사회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마약과의 전쟁'으로 대표되는 정부 표현을 수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졌다. 마약 위험 강조도 필요하나 '전쟁'과 같은 공격적인 표현이 일반 대중의 마약 중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활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마약과의 전쟁'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 마약중독자들이 악마화된다"며 "(용어가) 마약 중독자들을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 아니라 사회에 폐를 끼치는 사람들로 보게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정책은 그 용어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마약 중독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용어도 다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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