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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포럼] '월마트 식중독 사건'과 블록체인

(부산ㆍ경남=뉴스1) 백창열 (주)뱅코 COO | 2023-07-13 06:10 송고
지난2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블록체인 리더스 클럽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DB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코인 팔아요?" "채굴은 해요?" 등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사실 블록체인은 '블록'(블록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단위)들을 체인으로 묶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 발행하는 방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거나, 암호화폐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거나, 블록체인의 블록을 새로 쓴 사람에게 암호화폐를 발행해 주는 등에 활용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술이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같은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나 암호화폐 관계없이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프로젝트들도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 사례는 아이비엠(IBM)이다. IBM은 노트북 제조 생산 시절부터 부품관리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기업이다. 노트북에 들어가는 나사못 하나까지도 유니크 아이디를 부여하여 공장에서 제조할 때도, 소비자가 필요한 부품 요청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었다. 이런 시스템 구축에 경험이 있는 IBM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포스(POS)로 바코드 찍는 방식과 유사하게 원자재를 누가, 언제, 얼마나, 가지고 왔는지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특정 부품 추가 요청 시 해당 부품 생산에 필요한 이력 즉, 어디서 원자재가 왔는지부터 부품의 관련 내용을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블록체인업계에서 회자되는 유명 사건 중 하나가 '월마트 식중독 사건'이다.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시금치에서 '이 콜라이' 식중독균이 발견돼 아주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여러 산지에서 공급된 시금치를 한 곳에 모아 세척해 샐러드 봉지에 담아 판매하다 보니, 어느 원산지 시금치가 문제가 됐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월마트가 판매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붙이겠다해서 만들어진 것이 월마트 아이비엠 시스템이다. 성과가 좋아 좋은 일로 추적을 하든 문제가 생겨 나쁜 일로 추적을 하든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면 추적이 굉장히 쉬워진다. 이것은 가상화폐나 암호화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다.

블록체인에서 해결해야 할 세 가지 딜레마를 트릴레마라 하는데, 세 가지 문제점은 확장성(사용자 증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도), 탈중앙화 (중앙 집중화를 벗어나 분산된 소규모 단위로 자율 운영하는 것), 분산화의 정도(보안성, 블록체인 기밀성, 무결성, 가용성, 프라이버시) 등이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이 이전의 기술보다 나은 점으로 생각되는 것은 탈중앙화다. 중간자가 없어지면 당연히 비용이 낮아지고 기술이 보다 간단해져 오류가 줄어들고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어떤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냐는 블록체인을 기반한 업체들의 숙제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사업들은 암호화폐의 문제점(도덕적 해이, 주가조작, 내부정보 유출 등) 노출로 굉장히 뜨거웠던 시절이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국내 대기업들은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사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 지금은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 블록체인산업에는 기업과 정부의 온도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규제 중심으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바라본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 벤처기업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요구한다. 거대기업이 데이터를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정책은 자본, 기술, 인프라 등이 부족한 신생기업의 아이디어 사장을 가져오기 쉽다.

이 시점에서 부산시는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됐다. 스마트 해양물류 플랫폼, 스마트투어 플랫폼, 공공 안전 영상 제보 서비스, 디지털 원장 기반의 지역화폐 활성화 서비스 실증한다고 한다. 블록체인 특구만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100억 이상 투자 기업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81곳, 경기도 18곳, 대전 7곳, 대구 제주도 각 2곳, 인천 충남 강원 각 1곳의 투자 기업이 있는데, 부산만 하나도 없다. 부산에서 사업하는 기업이 적어서 일수도 있고, 젊은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서 일 수 있다. 스타트업, 벤처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을 하려면, 부산에서 해야 한다고 회자될 만큼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지원과 육성 정책으로 성공하는 기업이 많이 출현하길 희망한다.

'블록체인은 10년 뒤에도 건재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고 글을 마치려고 한다. 우리의 모든 기술의 미래는 데이터에 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근원이 데이터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수급하느냐 따라 인공지능의 성능이 결정되고, 얼마나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공유하기 쉽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블록체인의 미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 신기술 중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비교했을 때 가장 격차가 크지 않다고 한다.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기업의 사업성 측면에서도 개인의 자기계발의 측면에서도 기회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10년을 넘을 미래 기술이므로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을 잘 활용한 서비스가 나오기 바라며, 블록체인 기업들도 많아지길 바란다.

백창열 (주)뱅코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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