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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헌법재판관의 자격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2023-03-30 14:25 송고 | 2023-03-30 14:58 최종수정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3.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3.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보호 의지, 헌법 관련 전문적 법률지식과 합리적 판단력,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도덕성…'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지명하며 내세운 인선 기준들이다. 하지만 지난 28~29일 연이어 열린 김형두(58·사법연수원 19기) 후보자와 정정미(54·25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앞서 열거된 자격들 가운데 무엇 하나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후보자가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등 재판관으로서의 자질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러나 청문회장에 선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아픈 가족사를 이야기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자녀의 자폐 진단으로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설명했다.

다음 날 진행된 정 후보자의 모두발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유년시절 부모님이 파산으로 노점상을 했고, 쌀이 부족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그후에도 가족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고난을 딛고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오른 것은 물론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역경 극복이 곧바로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입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청문회 과정에서 두 사람은 헌법재판관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을까. 적어도 자신의 과거 고단함을 공들여 설명하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다.

김 후보자는 현안 질문에 "청문회 준비를 하느라 못봐서", 사건에 대한 질문은 "구체적 사실 관계를 몰라서"라는 이유를 대며 대다수의 답변을 피해 나갔다. 두 가지로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나오자 종국에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변까지 나왔다. 여느 청문회에서 보기 힘든 쉽고 편한 대답이다.

정 후보자도 소극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질문에도, 저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하지 말고 본인 의견을 좀 말하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능력 부족 등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소양과 자질에 대한 일부 우려', 정 후보자의 보고서에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철학과 식견 부족'이라는 의견이 적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30일 채택됐다. 후보자들은 곧 헌법재판관이 된다.

"수십년간 열심히 일했는데, 사람들은 나의 어려웠던 과거만이 훌륭한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속상해했다던 모 법조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은 생각이 좀 달랐던 듯 하다. 후보자들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어려움 외에는 특별히 더 보여준 것이 없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는 훌륭한 헌법 해석과 결정으로 헌법재판관의 자격과 자질이 충분함을 증명해 주길 기대한다. 만약 입증하지 못한다면 새 헌법재판관들은 어려운 과거만이 훌륭한 사람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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