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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물벼락 맞은 홍명보 "물 먹은 것보다 좋아…선수 때보다 2배 기뻐"

울산 사령탑 부임 2년차, 17년 만에 우승 안겨
10년 대운설에 "2032년에 뭐 할지 고민하겠다"

(춘천=뉴스1) 김도용 기자 | 2022-10-16 17:00 송고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1 우승을 확정 지은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기자 회견 도중 갑자기 제자들에게 물세례를 맞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홍명보 감독은 당황하지 않고 활짝 웃으며 "물 먹은 것보다 좋다"고 여유를 보였다.

울산은 1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37라운드에서 2-1 역전 승리를 거뒀다.
울산은 22승10무5패(승점 76)가 되면서 아직 1경기를 덜 치른 전북 현대(19승10무7패‧승점 67)와의 승점 차를 9점을 벌려 23일 펼쳐지는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최종전 결과와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17년 만에 울산에 우승을 안긴 홍 감독은 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멋진 일을 해냈다. 초반부터 1위에 올라 이를 고수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면서 "서포터스와 구단 프런트 등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또한 1년 동안 좋은 축구를 하는 감독으로 만들어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밝혔다.

홍 감독이 우승 소감을 밝힌 뒤 기자회견에는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울산의 설영우와 김민준은 물병을 들고 기자회견장을 급습, 홍명보 감독에게 물을 뿌린 뒤 빠르게 현장에서 빠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김민준이 넘어지자 홍 감독은 크게 웃었다.
제자들의 물 세례를 받은 홍명보 감독은 "내가 저럴 줄 알았다"고 말한 뒤 "물 먹은 것보다 기분이 좋다. 성격상 첫 번째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두 번째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다행히 올해는 준비한 전술과 전략이 잘 맞아 떨어져 우승을 이룰 수 있었다"고 웃어 넘겼다.

이어 "올해를 치르기 전 일부 선수의 이적으로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새로운 선수를 데려와 시즌을 치렀는데 우리의 전술이 상대에게 간파 당해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매일 새로운 고민을 했다.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 우승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중 울산 현대 선수들에게 물을 맞은 홍명보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자회견 중 울산 현대 선수들에게 물을 맞은 홍명보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992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에 데뷔, 첫 시즌 우승을 경험했던 홍 감독은 K리그 역사상 4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정상에 오른 지도자가 됐다. 더불어 지도자로서 이룬 첫 우승이다.

홍명보 감독은 "감독으로 우승한 것이 선수 때보다 2배 이상 기쁘다"며 "징크스를 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에둘러 전했다. 

울산은 최근 3년 동안 준우승에 그치는 등 지난 2013년 우승을 놓친 뒤 10년 동안 준우승만 4번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홍 감독은 "앞으로 울산이 어떤 팀으로 나갈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K리그를 선도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며 "올 시즌을 치르면서 문제가 됐던 부분을 구단과 상의해서 전력을 강화하겠다"며 "비싼 선수만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선수들이 오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홍명보 감독은 '10년 대운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1992년 프로 데뷔해에 K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에서 역사적인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이어 2012년에는 감독으로 런던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올해 울산 우승으로 다시 한 번 대업을 달성한 홍 감독은 "그저 매해 열심히 임했는데 우연치 않게 이런 결과들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야겠다. 10년 대운설이 있는 만큼 2032년에는 내가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해봐야 겠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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