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늙는 것도 서러운데…노인들 택시잡기·열차예약 등 '디지털' 속수무책

20·30세대 스마트폰으로 택시잡는새 노인은 길거리서 한없이 발품
디지털소외 해결 절실…"자녀가 마음으로 가르쳐주는 가족애 필요"

(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2022-07-31 06:00 송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50대 이상 장·노년층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예약 등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를 호출해 타고가는 동안 노인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성이는 모습을 흔히 볼수 있다. © News1 김기태 기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50대 이상 장·노년층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예약 등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를 호출해 타고가는 동안 노인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성이는 모습을 흔히 볼수 있다. © News1 김기태 기자

# 50대 후반 A씨는 최근 저녁 동창모임에 참석했다. 밤 10시가 넘어 식당을 나와 4~5명의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20여분 지나도록 단 한 명도 집에 가지 못했다. 택시들이 한결같이 ‘빈차’ 대신 ‘예약등’을 켜고 휭하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를 호출해 타고 가는 동안 길거리에서 수십분간 ‘택시’를 외쳐야 했던 씁쓸한 기분이 영 가시지 않는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50대 이상 장·노년층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예약 등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지난 2020년 815만명(15.7%)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1000만명, 2025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노령층에 대한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추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대전세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전시 노령인구 비율이 2000년 5.4%에서 2006년 7.0%로 오르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어 2020년 2배 가까이(13.9%) 증가하면서 고령사회(14.0%)로 진입했으며, 오는 2027년이면 20.6%로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가운데 그동안 생활 속에서 매우 익숙해져 있던 은행, 쇼핑, 대중교통 예약 등 오프라인 거래 문화들이 점차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우선 은행 점포 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최근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은 2019년 174개→2020년 161개→2021년 153개 등 불과 2년 사이에 21개 점포가 사라졌다.

문제는 은행 점포가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주 고객층인 고령층의 불편함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관리비, 자동차세 등 대부분의 공과금 납부를 자동이체,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편화 됐지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은 여전히 시중은행 창구를 이용하고 있다.

대전 중구 태평동 한 은행 점포 직원은 “대출상담·통장개설 등 은행 창구를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일부 고객들을 제외하면 예금 입·출금 및 공과금을 내기 위해 노인분들이 많이 오신다”라며 “30분 이상 기다리시는 게 예사다. 부모님처럼 여기며 최대한 친절하게 처리해 드리고 있다”라며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플랫폼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등장한 카카오택시도 노년층들의 고충을 가중시키고 있다.

빈 택시를 기다리며 한없이 서 있는 노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20~30대 젊은이들이 예약등이 켜진 택시에 올라타는 장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50대 B씨(여)는 “80대 중반의 시부모님이 거동이 힘드셔서 병원 등을 가실 때 최대한 제가 직접 차로 모시고 다녀온다”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제가 카카오택시를 먼저 부른 다음 이용할 택시 차량번호를 문자로 보내드린다. 큰길까지 나가셔서 한없이 택시를 기다리실 것 같은 안타까움에 생각해 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이 생활속에서 겪는 불편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인들은 자녀들로부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는 방법을 배웠어도 결국 포기하고 현장 구매를 하기 일쑤다. 이미 표가 동이나 입석을 타고 갈 때도 있는 등 디지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이 적잖은 고충을 겪고 있다.© News1 
노인들은 자녀들로부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는 방법을 배웠어도 결국 포기하고 현장 구매를 하기 일쑤다. 이미 표가 동이나 입석을 타고 갈 때도 있는 등 디지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이 적잖은 고충을 겪고 있다.© News1 

한 달에 한 번 정도 손자도 볼 겸 기차를 타고 경북 구미에 사는 아들집을 방문한다는 C씨(71)는 갈 때마다 대전역에 전화해 잔여 좌석을 확인하고 직접 역으로 가 표를 끊는다.

C씨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할 때마다 막혀 포기했다”라며 “이미 표가 동이나 입석을 타고 갈 때도 있다. 불편한 건 알지만 평생 창구에서 표를 끊어와 이게 익숙하다”라며 씁쓸해했다.

이밖에 노년층들은 △음식점 등에서의 키오스크 주문·결제 △종합병원 진료예약·수납·처방전 발행 △주민등록등본 등 민원서류 무인발급 등 가는 곳마다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문화 벽에 부딪히며 낙심하고 있다.

실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평균 69.1%로 전 세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전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르신 디지털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비록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심상치 않아 현장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디지털 평등법 제정 등 법제화와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무엇보다 배우고 가르쳐주는 상호작용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자녀들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D씨(60·여)는 “지금의 노인들은 모임, 만남 등 오프라인에 익숙한 세대다. 급격한 변화에 소외감과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며 “부모세대들이 디지털 문화를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자녀가 마음으로 가르쳐드리고 가족애로 배우는 게 최고의 디지털 교육방법”이라고 강조했다.


km5030@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