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진짜 병목은 숙련인력…2030년 최대 15.7만명 부족
맥킨지 "美 엔지니어 부족에 TSMC·삼성·마이크론 투자 차질 우려"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이 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위해 수천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공정·장비 엔지니어 등 숙련 인력 부족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까지 최대 15만7000명의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반도체 공장 건설과 생산 확대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맥킨지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공동 조사한 결과 미국 반도체 산업의 숙련 인력 부족 규모는 2030년까지 최대 15만7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인력난은 텍사스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뉴욕, 오하이오 등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에서 가장 심각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인력 부족이 대만 TSMC의 애리조나 투자와 마이크론의 뉴욕 메모리 공장, 삼성전자의 텍사스 시스템반도체 공장,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등 미국 내 핵심 반도체 프로젝트의 생산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서 최대 265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과 첨단 패키징 시설 12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뉴욕에 1000억달러를 투자해 메모리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삼성전자(005930)는 텍사스에서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인텔도 오하이오에 28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생산이 본격화되면 인력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인력난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도 최근 인재 확보를 최대 경영 과제로 꼽았다.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대만 남부 핑둥 과학단지 기공식에서 "우리가 가장 부족한 것은 인재"라며 기술 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핵심 생산과 연구개발(R&D)은 대만에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대만 정부도 외국 전문인력의 취업비자와 체류 절차를 완화하는 등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물·전력·노동력·토지·인재 등 이른바 '5대 부족(Five Shortages)'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숙련 인력 확보가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충원하지 못하는 인력의 74%가 생산직, 60%가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엔지니어 부족 규모만 약 8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미국 공대 졸업생 가운데 반도체 업계로 진출하는 비율이 약 3%에 불과하다는 점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대부분 인공지능(AI)이나 소프트웨어 분야가 더 높은 보수를 제공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의 약 4분의 3은 엔지니어 채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맥킨지의 테일러 라운트리 파트너는 "반도체 산업 전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충당하기에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기업과 정부가 함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인력난이 장기화하면 2022년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추진 중인 미국의 반도체 생산 확대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반도체 관련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초·중등 교육 단계부터 학생들이 반도체 산업을 접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애리조나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반도체 장비를 직접 만져보고 클린룸 방진복을 입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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