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하이드' 안에선 '지킬'…트럼프의 이중성 다루려면
NYT "연설·백악관·SNS선 호전적…일대일· 소규모 때는 배려"
익숙해진 세계 정상들, 트럼프 폭언에 대립 대신 칭찬으로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을 상대로 공개 석상에선 날 선 말을 퍼붓고 사석에선 다정한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트럼프 집권 2기 초반까지만 해도 그의 질책에 마냥 분노하던 외국 정상들은 어느새 여기 익숙해져 자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다루는 법을 조절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제80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 조직에 질타를 퍼부었지만 정작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서는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신이 국제 분쟁을 중재하며 유엔이 할 일을 대신한다고 비난하더니 구테흐스 총장과 따로 회동할 때는 '미국은 유엔을 100% 지지한다', '유엔의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치켜세웠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백악관 집무실, 소셜미디어(SNS) 등 공개적인 자리에선 호전적이지만 일대일 만남, 소규모 모임 같은 사석에선 갈등을 피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계에 등장하고 10년이 흐르면서 세계 지도자들도 그의 이중성에 익숙해졌다고 강조했다.
많은 해외 정상이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을 피하는 '아첨 외교'를 택했다. 트럼프가 '당신들 나라가 지옥에 빠져들고 있다'고 욕해도 대놓고 반발하기보단 칭찬으로 달래기가 대세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트럼프를 만나 미국이 평화의 토대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전까지 유엔을 질책하던 트럼프는 "때로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지한다"고 정중하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을 향해선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며 스스로를 겨냥한 전쟁에 자금을 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양자 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말이 맞다"며 "우리도 논의 중"이라고 간단히 넘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유엔의 비판자들이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 한다'고 트럼프를 에둘러 비판했다. 트럼프와 직접 만나서는 이견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브라질의 부패와 미국인 탄압을 비난했지만 무대 뒤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마주치자 포옹하고 "그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트럼프와 맞붙은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최근 저서에서 트럼프가 공개적으론 그를 공격했지만 사적으로는 다정했다고 회고했다.
해리스는 지난해 트럼프에 대한 골프장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안부 전화를 걸었는데 "트럼프가 '당신은 정말 잘해 왔다. 내 유일한 문제는 당신한테 화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기꾼이다. 정말 능숙하다"며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영국 고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트럼프를 비유했다. "하이드(악)와 통화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지킬 박사(선)가 전화를 받았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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