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폭염 속 정전 사태에 민심 폭발…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

'아랍의 봄' 성공 사례 꼽혔는데…권위주의 복귀 후 상황 악화
"공공서비스 붕괴, 국가 전반 쇠퇴…계층 넘어선 불만 나타나"

7월 25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의 의회 기능 정지 및 비상 권한 장악 5주년을 맞아 열린 시위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026.07.25.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튀니지에서 폭염 속 정전 사태가 계속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사이에드 대통령의 의회 기능 정지 및 비상 권한 장악 5주년을 맞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전기도 없고 물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감옥과 물가 상승뿐"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최근 튀니지에서는 낮 최고 기온이 45도를 웃도는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에어컨 사용이 급증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노후화된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국영 전력회사가 순환 정전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정전은 단수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한 음식점, 양계장·낙농장, 식품 판매점, 공장 등 각종 사업체가 대부분 사전 예고 없이 시행된 정전으로 피해를 입었다. 의료계에서는 갑작스러운 정전이 환자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이에드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독재자 제인 알아비딘 벤 알리가 축출되고,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 간 교착 상태가 이어진 뒤 강력한 정부를 공약으로 내걸며 당선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튀니지는 '아랍의 봄' 혁명의 유일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으나, 2021년 사이에드가 권위주의 체제를 복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이에드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히셈 메시지 당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하면서 권력 장악을 시도했다. 2022년에는 개헌을 단행해 1인 통치 체제를 확립했다.

당시 시민들은 사이에드가 내세우는 부패 척결과 실정의 종식이라는 명분을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의 사하르 메쉬메쉬는 정전·단수 사태가 "튀니지 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국민은 진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상황이 퇴보하고 있다. 5년 전의 약속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위의 빈도와 지리적 범위가 "수도의 정치·시민사회 엘리트층을 넘어서는 불만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이런 유형의 시위는 지난해부터 증가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위기그룹의 리카르도 파비아니 북아프리카 국장은 "핵심 문제는 튀니지의 공공서비스가 점진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악화가 국가 전반의 쇠퇴를 상징하는 대리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