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 수성이냐, 우파 확산이냐…오늘 브라질 대선 '운명의 날'

4선이냐 정권 교체냐…1차 투표 룰라 우세·결선은 초박빙
공약 대결 아닌 '은행가 스캔들' 점철된 선거…유권자 피로 누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 2026.09.29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4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과 자유당(PL)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이날 브라질 유권자 약 1억 6000만 명이 대통령과 부통령, 연방의회 의원, 주지사, 주 입법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아르헨티나·칠레·에콰도르·볼리비아·파나마·페루 등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 속속 우파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이번 선거는 마지막 좌파 정부로 남은 브라질마저 우경화 흐름에 합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경제의 룰라, 치안은 약점…아버지 그늘 아래 부상한 플라비우

4선에 도전하는 좌파 성향의 룰라 대통령은 3번째 임기에서 사회복지 프로그램 확대, 세제 개편, 아마존 삼림 파괴 감소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고 물가도 통제되고 있다.

임기 막판에는 사회복지 급여를 인상하고 수백만 명을 빚더미로 몰아넣은 온라인 베팅을 금지해 노동계층 지지층 단속에 나섰다.

룰라 대통령은 국가 주권을 선거운동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브라질은 그 누구의 뒷마당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주의를 겨냥했다.

그러나 브라질 경제는 둔화 국면에 들어선 데다, 브라질 유권자가 범죄와 폭력 등의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 약점이다. 치안은 전통적으로 우파의 의제다.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상원의원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이 확정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21세에 리우데자네이루주 주의원, 37세에 연방 상원의원이 됐으나 전국적 인지도는 높지 않았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수감 이후 보수 진영의 후보로 낙점됐다.

그는 선동적 언사로 유명했던 아버지보다 더 온건한 인물임을 내세우면서도 아버지의 지지층에 크게 의존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핵심 공약은 치안 강경책으로 최고 보안등급 초대형 교도소 건설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비우 의원을 공개 지지하지는 않았으나 올해 초 백악관에서 그를 만났다.

9월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얼라이언스 주짓수' 체육관에서 열린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대선 선거운동 행사 도중 '브라질을 다시 위대하게'(Make Brazil Great Again)라고 적힌 모자가 바닥에 놓여 있다. 2029.09.28. ⓒ 로이터=뉴스1
선거 집어삼킨 '보르카루 스캔들'…플라비우·룰라 모두 타격

다만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는 정책 대결이 아닌 은행가 다니엘 보르카루를 둘러싼 연쇄 폭로전이 더욱 부각됐다.

보르카루는 브라질 최대 규모 금융사기 사건 중 하나를 주도한 혐의를 받으며, 다수의 고위층과 광범위한 관계를 맺어 왔다.

플라비우 의원은 보르카루가 자금을 댄 아버지의 전기 영화 제작과 관련해 부패·자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동시에 보르카루와 영향력 있는 대법관 사이의 관계도 드러나 사법부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분석가들은 특히 사법부 연루가 드러난 것이 결과적으로 룰라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부패 지쳐 냉소하는 유권자들…부동층·2차 투표가 관건

룰라 대통령과 플라비우 상원의원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여 왔다.

여론조사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플라비우 상원의원을 1차 투표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나, 10월 25일로 예정된 2차 투표에서는 여전히 막상막하다.

일간 오 글로부와 TV 글로부가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 콰에스트(Quaest)에 의뢰해 실시해 지난달 2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룰라는 39%의 지지도를 기록해 플라비우(34%)를 앞섰다. 일주일 전 조사에서 양 후보 간 격차는 4%포인트(P)였으나 소폭 벌어졌다.

같은 날 나온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 푸투라와 '100% 시다지스'(100% Cidades) 공동 조사에서는 룰라가 38.3%로 집계돼 보우소나루(37.7%)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브라질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2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9월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대선 선거운동 행사장에 '룰라 4선'(Lula Tetra)이라는 글자가 수놓인 모자가 걸려 있다. 2026.09.29. ⓒ 로이터=뉴스1

양측 모두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상당수 유권자는 선택을 유보하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 룰라와 보우소나루에게 모두 투표했었다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수위 조엘 다 시우바(42)는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부패가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 자체에 대한 냉소도 커졌다. 세 차례 강도를 당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에두아르두 메츠케르(29)는 "플라비우가 이기든 룰라가 이기든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나는 그 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브라질리아대 정치학연구소의 조시마르 시우바는 AFP에 이번 선거운동이 "정책 공약보다 스캔들로 점철됐다"며 "유권자 피로감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부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