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美압박에 러시아산 끊고 베네수 원유로…"말처럼 쉽진 않아"

인도의 러시아 석유 의존도 높아 포기 어려울 수도…베네수 생산능력도 한계
전문가들 "무역협상 위한 카드였을 뿐" "조금 줄여도 의미 있다" 분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운영하는 유정의 밸브에서 원유가 떨어지고 있다. 2015.04.16.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인도산 제품 관세를 낮추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대신 베네수엘라와 미국산 원유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약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지만, 베네수엘라의 생산 능력 한계와 인도의 러시아 의존 구조 때문에 당장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2일) 트루스소셜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요청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즉시 발효되는 미·인도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며 미국이 상호 관세를 25%에서 18%로 낮춰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는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산 석유를 훨씬 더 많이,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도 구매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매주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러시아산과 성질이 비슷해 인도의 정유 시설에 적합하다. 미국산 원유는 휘발유 생산에는 유리하지만 인도의 급성장하는 경제에 필요한 연료유, 디젤, 아스팔트 및 기타 파생 제품을 생산하는 데 적합한 원유는 베네수엘라산이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뒤 베네수엘라가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법 개정을 단행하면서 투자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어, 인도가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하루 150만 배럴을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낡은 인프라와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고 법 개정을 지원했지만, 채무 상환과 안보, 재정 보증 등 장기적 안정성 보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인도도 러시아산 원유를 즉각 포기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산은 배럴당 약 16달러 저렴해 경제적 매력이 큰 데다가 베네수엘라 원유로 전환하려면 공급망 조정과 운송 거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도가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는 여전히 '그림자 선단'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며 서방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오히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는 최근 미국의 로스네프트와 루코일 제재를 우회하여 새로운 중개업체를 통해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러시아 경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았다. 러시아는 국제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제조업 생산 증대, 불법 석유시추선 운영, 그리고 높은 세금을 통해 경제 성장을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완전히 끊지 않더라도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낮추면 러시아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는 러시아 경제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초래, 전쟁 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고 막대한 인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