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약탈자 트럼프에게 왕관 바친 협정…李정부, 또 굴복"

38개 시민단체 참여한 국제민중행동, 트럼프 방한 규탄
"일시불이든 할부든 외화 빠져나가는 것…호구 전락"

38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국제민중행동)가 31일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2025.10.31/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타결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약탈자 트럼프에게 왕관을 바친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38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국제민중행동)는 31일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국민이 땀 흘려 벌어들인 돈을 힘센 깡패 이웃 국가의 사업자금으로 10년 이상 갖다 바치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 29일 3500억 달러(약 498조 원)의 대미투자 중 2000억 달러를 현금투자하기로 합의했다.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현금투자(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1500억 달러)으로 구성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기로 했다.

국제민중행동은 "산업 분야에 직접 투자했다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을 귀중한 자금이 트럼프의 '묻지마 투자'의 호구로 전락한 꼴이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국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엄청난 협상 성과로 포장하지만 그것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시불이든 할부이든, 대규모 외화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며 "이번 협상은 대규모 투자라는 이름으로 트럼프가 요구한 모든 것을 내주고,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 전략에 철저히 편승해 한반도 전쟁 위기만 높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혜정 민주노총 수석부본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핵심은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압박 앞에서 또다시 굴복했다는 사실"이라며 "정부는 투자액을 35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줄였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여전히 우리 돈 약 280조원을 미국 산업에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국민적 논의 없이 한 나라 예산의 절반 가까운 돈을 미국에 갖다 바치는 게 어떻게 국익이냐"며 "국민의 피땀을 미국 금고에 쏟아붓는 한미 무역 협정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덕수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3500억 달러 투자해서 조금 깎아줬다고 그것이 선방이냐"며 "그렇게 할 돈의 10분의 1, 아니 20분의 1만 투자하더라도 기후 재난과 가을장마로 고통을 받는 농민들에게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트럼프 관세협박 경제수탈' 'MASGA 계획 제조업·일자리 붕괴'라고 적힌 박스를 밟는 퍼포먼스를 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