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라는데 '기후 취약종' 심는 산림청…조림 수종 70% 현장과 괴리
굴참·상수리·신갈 극한기후 '내성'…관리外에선 개살구·돌배 强
감나무·단풍나무·음나무는 '취약'…침엽수는 탄소 多손실 용이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내걸고 산림 조림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관리 대상 나무 10종 중 7종은 기후 변화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을 산의 상징인 단풍나무조차 기후 변화에 취약한 '위험군'으로 분류되면서, 행정적·경제성 위주로 관리해 온 현행 수종 체계를 기후 적응성 중심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뉴스1이 입수한 산림청 발주 '기후변화 대응 활엽수종 발굴' 정책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조림·복원의 기준으로 관리해 온 정책 수종 가운데서도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일부 수종만이 기후 범위와 구조적 안정성, 극한기후 내성 지표에서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우선 국가산림자원조사(NFI)에 따른 관리 대상 158종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출현 빈도와 개체 수를 확보해 기후 적응성 평가가 가능했던 수종은 약 34%에 그쳤다.
이는 정책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에도, 현장 기준으로는 기후 변화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수종이 10종 중 약 7종에 달했다는 의미다.
반면 정책 관리 체계 밖에 있던 나무 중에는 개살구나무와 돌배나무, 쇠물푸레나무, 잔털벚나무 등이 정책 수종 상위군과 유사한 수준의 기후 적응성과 생태적 안정성을 보여 신규 정책 수종 후보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감나무와 단풍나무, 음나무 등은 기후 적응력과 구조적 안정성이 모두 낮은 '취약 그룹'으로 분류됐다. 평균적인 기후 조건에서는 유지될 수 있지만, 극한기후가 빈발하는 상황에서는 산림 구조 붕괴 위험이 크다는 평가다.
해당 보고서는 이 결과를 두고, 행정적으로 관리돼 온 수종 체계와 실제 산림 생태 사이에 구조적인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 수종에 요구되는 조건은 명확하다. 다양한 위도와 고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분포하고, 자연림과 인공림, 여러 생육 단계와 개체 크기 구조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고온·한랭·건조 등 극한기후 조건에서도 생존한 이력이 확인되는 수종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이를 판단하기 위해 기후 범위, 보편 기후 범위(IQR), 극한기후 내성(상위 10% 구간), 임분 구조 안정성을 결합한 정량 평가 틀을 적용했다.
'최우수 수종' 중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은 기후 적응성과 구조 안정성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평가위원들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림 가능 활엽수종 검토와 산림청 지침 개정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후 대응 산림 정책의 방향 전환을 분명히 제시했다. 단순한 경제성이나 관행 중심의 수종 선정에서 벗어나 '생존'과 '회복탄력성'을 기준으로 정책 수종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수 그룹을 중심으로 기본 조림·복원 전략을 재구성하고, 취약 수종은 기후대별로 단계적 축소 또는 대체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에 따라 가을이면 산에 불붙은 듯 퍼져나가는 단풍의 경우 조림 비중이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해외 산림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등 북미 고위도 보레알 숲을 분석한 국제 연구에서는, 낙엽활엽수가 우점한 숲에서 산불로 손실되는 탄소량이 침엽수림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침엽수 위주의 숲일수록 산불 이후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탄소가 많이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수종의 구조적 차이에서 찾았다. 낙엽활엽수는 잎의 수분 함량이 높고 불길 확산 속도가 느리며,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굵은 줄기 형태로 탄소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침엽수림은 지표에 축적된 토양 유기물층이 함께 연소하면서 대규모 탄소 손실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기후대와 생태 조건은 다르지만, 수종 간 기능적 차이가 산불 피해와 탄소 손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침엽수 중심 조림이 산불과 기후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활엽수 비중 확대와 혼합림 조성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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