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평 '선택과목' 점수 비공개 탁상공론…사교육 의존도만 높여"
교육부 '학생혼란' 우려 비공개 방침…교사·수험생 '깜깜이' 답답
수시기준 9월모평 비공개시 불확실성 커져-입시업체 의존할 수밖에
- 정지형 기자, 권형진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권형진 기자 = 교육당국이 6월 모의평가 결과에서 선택과목별 세부정보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모의평가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면 결국 사교육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수험생 혼란을 방지하려면 선택과목별 세부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진학 교사 사이에서는 교육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밝힌 선택과목별 세부정보 비공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부터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면서 국어와 수학영역은 '공통과목(75%)+선택과목(25%)' 형태로 출제된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통과목 점수를 활용해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한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전날(29일)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공개했지만 영역·과목별 등급구분 표준점수와 등급별 인원·비율만 나왔다. 수학을 보면, 선택과목 구분 없이 전체 1등급 비율과 표준점수 커트라인만 제시됐다.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등 선택과목을 합친 결과만 나오면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끼리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기존 문과생이 '확률과통계'를 주로 고르는데, 문과생 간 비교가 불가능한 셈이다.
일부 진학 교사들은 선택과목마다 표준점수별 도수분포라도 나와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통합형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문·이과 계열별 경쟁이 뚜렷한 상황에서 적어도 문과생끼리 비교는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인 한상무 충남 논산대건고 교사는 "수험생이 속한 선택과목 집단에서 앞으로 점수를 얼마큼 올려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모의평가만이라도 선택과목별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선택과목별 세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수험생 사이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적성과 특기를 고려해 선택과목을 골라야 하는데, 유불리에 따른 선택은 통합형 수능 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다.
하지만 대다수 서울 주요 대학에서 자연계 학과는 미적분과 기하를 필수 선택과목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자연계열 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이 유불리를 고려해 '확률과통계'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작다.
문과생이 '확률과통계' 대신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는 것도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미적분과 기하가 상대적으로 많은 학습량을 요구할 뿐 아니라 학습 자체도 어려워 선택과목을 바꾸는 것이 불리할 수 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지금도 수능은 적성에 따른 선택과목을 고르게 되어 있지 않다"며 선택과목별 세부정보가 공개되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은 "원론적이고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선택과목별 세부정보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경기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보가 많으면 좋겠지만 선택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가 없다고 해서 진학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다만 사교육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는 세부정보 공개에 관한 입장차를 떠나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특히 9월 모의평가는 가채점 결과로 수시 지원 대학을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는 "9월 모의평가 결과는 항상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 등을) 예상하고 수시를 지원하는데, 이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를 받고서도 객관적인 수험생 위치가 파악이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수험생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입시업체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정보 공개를 꺼리면서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줄긴 했지만 2015년 이후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고등학생은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비 총액이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과 사교육을 받는 시간도 늘어 고등학생의 사교육 의존도는 더 커진 상태다.
이 교사는 "학교 교사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수험생이) 사교육 컨설팅에 더 의존하게 되고, 정확하지 않은 자료에 의존하면서 불확실한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유 소장은 "선택과목별로 본인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수험생이 알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면서 "문과생들이 수능에서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혼란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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