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는 학생 우민화 정책…융통성·창의력 말살"
[한국사 국정화 논란]한철호 교수 "교과서 국정화는 현 정권의 집권 유지 수단으로 봐야"
- 박정양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미래엔의 대표집필자인 한철수 동국대 교수는 2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논란에 대해 "이념 편향을 떠나 학생들을 우민화시키는 정책"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이날 뉴스1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 가지 색깔만 좋아하라거나 하나의 음식만을 먹으라는 것은 통일되고 일사분란해서 좋을 것 같지만 이는 학생들의 사고를 퇴화시키고 고정시킴으로써 융통성이나 비판력, 창의력을 말살시킨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도 전체주의 국가나 파시즘 또는 독재국가가 국정교과서를 채택했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좋은 교과서냐 아니면 나쁜 교과서냐를 떠나 국정교과서 자체가 역사적으로 정부 내지 특정세력의 사관을 일방적으로 주입·강화하기 위해 채택된 제도"라며 "일본도 과거 검정교과서를 채택했었다. 전쟁을 하면서 국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을 예상하고 미래세대들에게 전쟁의 당위성을 무조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국정으로 교과서를 만들었다가 패망 후인 1948년부터 검정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도 국정교과서를 터부시하고 심지어 검정교과서 마저도 자율적인 사고를 우려한다며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유발행제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힘들게 민주주의 투쟁을 통해 획득한 검정제에서 다시 국정제로 간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자 반교육적, 반민주적, 반자본주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심지어 베트남도 국정교과서에서 검정교과서로 가고 있는데 거꾸로 우리가 어렵게 획득한 민주화의 산물인 검정교과서에서 다시 국정교과서로 가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현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집권유지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역사를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집권 유지 수단으로 봐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관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야 그들이 나중에 유권자가 됐을 때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유권자가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사례를 언급하며 "가령 최남선이 친일한 얘기를 서술하면서 비판적으로 써야 하는데 당시 그 사람이 친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해해 보자는 식으로 쓰고 있다"거나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살기 위해 일본에 아부할 수 밖에 없었고, 오히려 해방이후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역사를 오도하고 있다. 일본의 주장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또 "일본이 우리나라에 철도를 놓아준 것 자체로만 보면 근대적 시설을 도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이 철도를 놓은 이유는 군대를 통해 한국에 대한 침략을 용이하게 하고, 반일운동을 진압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철도를 놓은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고 교과서에 쓸 수 있냐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독재에 대한 미화도 마찬가지"라며 "박정희나 이승만과 같은 독재자가 어쩔 수 없이 독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강화하면 어떻게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수 있겠느냐.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성취한 게 자랑스러운 역사 아니냐"고 말했다.
한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되면 과거보다 학생들의 부담도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면 학생들은 과거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쉼표 하나까지 달달 외워야 한다"며 "이는 역사교육의 본질을 망각시키고 암기식 교육을 크게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 지금 교과서가 다양하니까 학생들이 역사를 이해하는데 더 헷갈릴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오히려 교과서가 다양하면 교사들이 여러 교과서를 충분히 볼 수 있고, 학생들에게도 다른 유사한 사례들을 준비해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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