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국가 배상 판결 증가에…정부, 배상금 예산 7000억 증액
2026년 1448억→2027년 8400억 대폭 증액 편성
형제복지원·선감학원 등 배상 판결 잇따라…지연 이자 차단 목적
- 김민재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문혜원 기자 = 정부가 내년도 국가배상금 지급 예산을 올해보다 약 7000억 원 늘어난 84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사법부가 국가의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과거사와 인권침해 사건에 따른 국가배상금이 늘어난 영향이다.
5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가배상금 지급 사업 예산으로 8400억 원을 책정했다.
이는 해당 사업 관련 2026년도 본예산인 1448억 3500만 원보다 6951억 6500만 원 늘어난 규모다.
항목별로 보면, 소송 비용은 올해와 동일한 9억 4000만 원으로 편성됐다. 반면 국가의 손해배상금 비용은 1438억 9500만 원에서 8390억 6000만 원으로 약 5.8배 증가했다.
법무부는 배상금 예산 증액 배경으로 '사법부의 관련 판단 변화'와 '행정부의 소송 대응 기조 전환'을 제시했다.
주요 요인으로는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 등을 배척하는 대법원 판례 확립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규명 결정·3기 진화위 출범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사건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한 관행적 상소 자제 등을 꼽았다.
대법원은 인권침해·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민법상 소멸시효를 이유로 배상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해 왔다.
이러한 기조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근거했다. 헌재는 지난 2018년 민간인 집단 희생 등 과거사 사건에 민법상 배상 청구 기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형제복지원 및 선감학원 등 국가 공권력 피해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잇따랐다.
부산지법은 지난 8월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 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법무부도 과거사 사건에 대한 기계적인 항소·상고를 줄이기로 하면서 1·2심 단계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되는 사례가 늘었다.
법무부는 내년에 선고될 과거사 및 국가소송 사건의 전체 소송 청구액을 1조 6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번 예산 편성은 해마다 예비비를 투입해 배상금을 충당하던 구조를 개선하고 지연이자 발생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간 국가배상금은 본예산 책정액이 실제 선고액에 미치지 못해 추가 예산(예비비)을 배정받아 집행해 왔다.
법무부는 2025년에 3053억 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총 4373억 원을 집행했고, 2026년에도 5월 기준 2457억 원의 예비비를 추가 배정받았다.
판결 확정 후 배상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정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법정 지연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국가배상금 지연 이자 이월액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정밀한 소요 예측에 의한 적정 규모 예산 편성으로 예비비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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