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향사랑기부금 3457억 모였는데…70%는 기금에 남았다
박정현 의원실 분석…2023년 이후 3457억 모금·기금잔액 2410억
전국 243곳 중 61곳 사업비 집행내역 없어…광역 경상비 비중 57%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4년 동 지방자치단체에 3457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70%는 아직 기금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은 사업비 집행 내역이 없었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243개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고향사랑기부금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제도 시행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총 3457억 4000만 원이 모금됐다.
지자체에 남아 있는 기금은 2410억 원으로 전체 모금액의 69.7%다. 반면 지정기부 사업 모금액까지 포함해 사업비로 잡힌 금액은 약 873억 원으로 전체의 25.2%였다.
다만 사업비 873억 원이 모두 실제 지출된 것은 아니다. 진행 중인 지정기부 사업은 아직 실제 쓰이지 않은 금액도 사업비에 포함됐다.
사업비 집행 내역이 없는 지자체도 61곳에 달했다. 전국 243곳 가운데 25.1%로 4곳 중 1곳꼴이다.
광역지자체에서는 경북·대전·인천 등 3곳이 2023년 이후 지정기부를 포함한 사업비 집행 내역이 없었다. 기초지자체에서는 58곳이 사업비를 집행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30곳은 경상비를 포함한 집행 내역 자체가 없었다.
답례품 제공비와 운영·홍보비, 수수료 등 경상비는 약 432억 원이었다. 지정기부금을 포함한 전체 집행액 가운데 경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3.1%였다.
특히 광역지자체에서는 경상비가 사업비보다 많았다. 16개 광역지자체의 집행액 약 195억 9000만 원 가운데 경상비는 112억 6000만 원으로 57.4%를 차지했다. 사업비는 83억 4000만 원이었다. 기초지자체의 경상비 비중은 28.8%였다.
지역별로 보면 기금잔액은 전남광주가 597억 3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 363억 2000만 원, 경남 229억 원, 전북 222억 4000만 원, 강원 199억 6000만 원 순이었다.
모금액 대비 잔액 비율은 대구가 89.5%로 가장 높았다. 강원 81.4%, 경남 79.0%, 경북 78.9% 등이 뒤를 이었다.
기초지자체 가운데 누적 모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광주 동구로 111억 2000만 원이었다. 광주 남구 110억 7000만 원, 전남 영암군 71억 5000만 원, 고흥군 70억 2000만 원, 담양군 64억 60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 지자체가 모은 기부금은 701억 5000만 원으로 전체 기초지자체 모금액의 23.0%를 차지했다.
지정기부 사업은 전국에서 348건 운영됐다. 모금액은 약 339억 9000만 원으로 전체의 9.8%였다.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126곳(51.9%)이 지정기부 사업을 운영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23년 도입됐다. 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과 청소년 육성·보호,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기금잔액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이 부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지난달 유사한 지적에 대해 일부 지자체가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한 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금을 적립하면서 집행실적이 낮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모금액을 기준으로 한 광역지자체 집행률도 지난해 말 27%에서 올해 8월 말 46%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는 '내 고향에 힘이 되고 싶다'는 기부자의 마음으로 굴러가는 제도인데, 모인 돈의 70%가 금고에 쌓여 있고 일부 지역은 사업비보다 답례품·운영비에 더 많이 쓰고 있다"며 "기부자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어야 다음 기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답례품 제공이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효과가 있고 제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상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사업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게 문제"라며 기금 사용내역 공시와 사업 발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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