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의 기적'…77년 행방 모르던 아버지, 손자 채혈로 찾아
아직도 4·3 유해 270여구 신원 확인 안돼
"직계·방계 아우르는 채혈 절실"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1949년 군사재판으로 사형 언도를 받고 총살된 아버지를 저는 77년 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두 아들 손자들이 채혈에 참여하면서 결국 아버지를 찾게 됐습니다. 채혈과 유전자 감식에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70여년만에 유해로나마 아버지를 만난 송승문 전 4·3 유족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송 전 회장은 4·3 당시 수용소로 활용된 제주주정공장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송태우(당시 17세·제주읍 오라리)는 1948년 11월 한라산에서 피난 중 토벌대에 연행돼 바다에 수장되거나 제주공항에서 희생됐다는 전언만 있었으나, 유해는 제주공항에서 발굴됐다.
송 전 회장에게 아버지를 되찾아 준 것은 손자들의 피 한 방울이었다.
제주도는 최근 유전자 감식을 통해 도내외 지역에서 행방불명됐던 4·3희생자 유해 7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도외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 5명과 도내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 2명이다. 대전 골령골 발굴유해 3구(김사림, 양달효, 강두남), 경산 코발트광산 발굴유해 2구(임태훈, 송두선), 제주공항 발굴유해 2구(송태우, 강인경)다.
제주가 아닌 도외 지역에서 발굴된 4·3희생자의 유해를 제주로 봉환한 것은 세 번째다.
이번 희생자의 신원확인은 직계 유족은 물론 방계 유족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로 이뤄졌다. 김사림·임태훈은 조카의 채혈이, 강두남·강인경·양달효·송두선·송태우는 손자와 외손자의 채혈이 결정적이었다.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서는 직계와 방계를 아우르는 8촌(조카, (외)손, 증손 등)까지의 채혈이 중요한 이유다.
고(故) 강인경 외손자 고남영 씨는 지난 3일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차가운 공항 활주로 아래에 계시던 할아버지를 기적처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가족의 채혈과 유전자 감식 덕분이었다. 앞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동료 유족들의 시신을 찾는 데 힘을 보탤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했다.
이번 신원확인으로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 426구 가운데 도내 147명과 도외 7명 등 총 15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도내 발굴 유해는 419구, 도외 발굴 유해는 7구다.
제주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국방부와 함께 도외 발굴유해의 유전자 정보를 공유해 행방불명 6·25 전사자 또는 4·3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과거사정리법'을 토대로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돼 유해발굴 및 유전자 감식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유가족 채혈은 제주한라병원(월~금, 오후 1시~4시 30분)과 서귀포열린병원(월~금, 오전 9시~오후 5시)에서 할 수 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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