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개인정보로 대포통장 947개 만든 조직 적발
경기남부청, 48명 검거·25명 구속…투자리딩·피싱·불법도박 조직에 공급
노숙인 196명 개인정보 악용, 계좌 한 달 사용료 150만~200만 원
- 유재규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노숙인 명의로 대포통장 947개를 만들어 투자리딩 사기와 피싱, 불법 도박 등 여러 범죄조직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A 씨 등 48명을 검거하고, 이 중 혐의가 무거운 25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A 씨 일당은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 일대 모텔을 장기 임대하거나 폐업한 홀덤펍 등에 사무실을 차린 뒤 노숙인 196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서울역, 영등포역, 수원역 등 수도권 주요 역사 주변에서 노숙인을 물색한 뒤 현금 500만 원을 주겠다며 주민등록증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일당은 확보한 개인정보로 허위 법인을 세우고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했다. 노숙인 1명의 개인정보로 여러 개의 허위 법인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이 확인한 대포통장은 모두 947개에 달한다.
이들은 만든 계좌를 투자리딩 사기 조직뿐 아니라 해외 도박, 피싱 사기, 불법 도박사이트 등 여러 범죄조직에 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조직들은 A 씨 일당이 개설한 계좌를 한 달 동안 사용하는 대가로 계좌당 150만~200만 원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24년 4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집중 관서로 지정된 뒤 본격 수사에 착수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A 씨 일당을 차례로 검거했다.
총책은 A 씨를 포함해 3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1명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눈치채고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외로 달아난 총책에 대해 국제공조 수사를 요청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도 진행했다.
A 씨 등 일부 피의자는 대포통장 개설·유통 범행에 그치지 않고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을 빼내기 위한 소송사기까지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지급정지된 대포통장 계좌의 잔고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후 유령회사 명의로 허위 서류를 꾸며 "계좌 잔액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5억6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유령회사 이름으로 허위 서류를 작성해 대포통장 잔액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신종 범행 수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금융감독원에도 알렸다"고 말했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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