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의정부 고교생 800명 10일 행복로 촛불행진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 가벼이 여기는 일부 또래들에 울분"
"선생님 도움 사양하고 학생들 스스로 기획·참여한 것에 의미"
- 이상휼 기자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을 또래 친구들이 그저 먼 곳에서 벌어진 남의 일처럼 여기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울분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가만히 교실에만 있을 수 없다는 자각이 들어 행동에 나섰습니다."
10일 의정부시 고등학생 800여명이 시 행복로에서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 학생들 스스로 촛불집회를 여는 것은 9일 안산고교회장단연합회 주최 촛불 문화제와 함께 전국 최초다.
의정부시 관내 15개 고교 중 12개교 1·2·3학년들이 참가하는 이번 추모행사는 이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여 동안 진행된다.
학생들은 촛불점화, 리본달기, 추모글낭송 등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뒤 촛불을 들고 시가지를 행진할 계획이다.
추모행사가 열리는 행복로는 경기북부 대표적인 번화가이자 유흥가로 주말 저녁이면 젊은이들로 인파가 북적이는 지역이다.
학생들은 "행사 당일 취객과 유흥에 푹 빠진 시민들이 우리들의 촛불을 보고, 한번 더 희생자들을 추모하게 된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장소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추모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 스스로 주도하고 이끌었다는 점에서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시작은 의정부고교 기숙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우들 간의 대화였다.
의정부고 총학생회장 이학현(3학년)군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엔 무턱대고 모금운동을 했다. 더 고민했더니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돈(성금)을 드려서 치유가 될까 의문이 생겨 다른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세월호 참사에 거리를 두고 구경꾼처럼 쉽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반성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군은 시 청소년수련관 동아리를 통해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생각을 공유해 12~13개교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기숙사에서 시작된 촛불이 번화가 광장으로 번져 나와야 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중 일부 고교는 '안전상의 문제'를 염려한 학교장의 반대로 참가가 번복되기도 했다.
학생들 스스로 진행하다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현수막 게첨은 시청에서 허가 받아야 했고, 시설관리공단에서 장소를 빌렸고, 집회신고는 경찰서에서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집회신고 서류가 미비해 몇 번이나 다시 보완해 경찰서의 허가를 받아냈다.
학생들은 이번 행사를 '선생님'과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또 "도와주겠다는 교사는 많았으나 정중히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어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도 체감해야 했다. 어떤 학교에서는 "누가 시켰냐? 전교조가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 왜 너희들이 나서느냐?"고 질문했다.
이군은 "단지 순수한 마음에서 진행하는 추모행사"라며 "정치적 목적은 추호도 없다"고 조숙한 말투로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 목적은 없다'는 말을 반복하는 이군의 어조에는 심리적 생채기인지 어른에 대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학생들이 현수막, 양초, 종이컵(추모글로 손수 디자인) 구입 등 행사를 위해 지출한 돈은 총 37만원. 자발적으로 모았다.
큰 슬픔 앞에서 작지만 소중한 뜻을 모아 스스로 촛불 행진을 준비해냈다. 이들은 수학여행을 다녀왔거나 가게 될 의정부지역 고교생이자, 동년배 학생들의 희생을 가슴 깊이 애도하는 친구들이다.
행복로 집회에는 경민비지니스고, 경민IT고, 광동고, 발곡고, 부용고, 상우고, 송현고, 영석고, 의정부고, 의정부여고, 호원고, 효자고 등 12개 고교 학생들이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인접 도시의 고교 학생들도 참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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