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배터리 실험 줄인다…KAIST 성능 예측 AI 개발

배터리 성능 예측(AI생성 이미지·KAIST 제공) /뉴스1
배터리 성능 예측(AI생성 이미지·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팀이 조은애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실험 데이터가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배터리 양극재의 입자 크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신뢰도를 함께 제공하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배터리 내부의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꺼내 쓰게 만드는 핵심 재료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양극재는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을 혼합한 NCM 계열 금속 산화물로,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속도, 주행 거리,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양극재를 이루는 아주 작은 1차 입자의 크기가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 주목했다. 입자가 지나치게 크면 성능이 저하되고, 반대로 너무 작으면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입자 크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입자 크기를 파악하기 위해 소결 온도와 시간, 재료 조성 등을 바꿔가며 수많은 실험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모든 조건을 빠짐없이 측정하기 어렵고 실험 데이터가 누락되는 경우도 잦아 공정 조건과 입자 크기 간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락된 데이터는 보완하고 예측 결과는 신뢰도와 함께 제시하는 AI 프레임워크를 설계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화학적 특성을 고려해 빠진 실험 데이터를 보완하는 기술과 예측 불확실성을 함께 계산하는 확률적 머신러닝 모델(NGBoost)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단순히 입자 크기 예측에 더해 해당 예측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까지 함께 제공한다. 이는 실제로 어떤 조건에서 재료를 합성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실험 데이터를 확장해 학습한 결과, AI 모델은 약 86.6%의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분석 결과 양극재 입자 크기는 재료 성분보다도 굽는 온도와 시간 같은 공정 조건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실험적 이해와도 잘 부합한다.

연구진은 AI 예측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금속 성분 비율은 동일한 조성을 유지하되 기존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제조 조건으로 합성한 양극재 시료 4종을 새롭게 제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I가 예측한 입자 크기는 실제 현미경 측정 결과와 거의 일치했으며, 오차는 대부분 머리카락 두께보다 훨씬 작은 0.13마이크로미터(μm)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AI가 함께 제시한 예측 불확실성 범위 안에 실제 실험 결과가 포함돼 예측값뿐 아니라 그 신뢰도 역시 타당함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로 배터리 소재 개발 속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실험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 교수는 "AI가 예측값뿐 아니라 그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재공학과 벤 마디카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신소재·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