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가두고 펫숍에 방치하고…폭염을 피할 수 없는 동물들

"방치도 동물학대…사전 보호체계 시급"

무더위 속 에어컨 없이 방치된 펫숍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왼쪽), 차량에 갇혀 살던 골든리트리버(엔젤프로젝트, 위액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없는 펫숍에 방치된 강아지들과 차량에 갇혀 사는 골든리트리버(골든레트리버)가 구조되는 등 동물 방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닭장에서 5년 동안 10㎏이 넘는 털을 뒤집어쓴 채 살아온 개가 구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폭염 속 동물 방치를 생명을 위협하는 동물학대로 보고 사후 처벌보다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펫숍·차량·닭장…폭염 속 방치된 동물들

5일 동물보호단체 엔젤프로젝트는 최근 폭염 속 에어컨조차 가동하지 않는 펫숍에서 방치되던 강아지 18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섭씨 37도에 가까운 무더위에도 냉방을 하지 않은 채 하루 한 차례 들러 밥만 주고 떠나는 방식으로 개들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구조된 개 3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고환이 붉게 부어 있었고 다른 개는 절뚝거리는 증상과 함께 발에 고름이 차 있는 상태였다. 이후 견주가 남아 있던 개 15마리에 대한 소유권도 포기하면서 총 18마리가 모두 구조됐다.

펫숍에 방치돼 있던 몰티즈(엔젤프로젝트 제공) ⓒ 뉴스1
차량에 갇혀 살다 구조된 골든리트리버(위액트 제공) ⓒ 뉴스1

동물권단체 위액트도 최근 폭염 속 차량에 장기간 방치된 골든리트리버를 구조했다. 단체에 따르면 이 개는 태어난 뒤 약 3년간 현관에서 생활하다 파양됐고 이후 야외 방치 생활을 거쳐 차량에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생 가족의 보살핌보다 버려지고 방치되는 삶을 반복해 온 셈이다. 현재는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닭장에 갇혀 털갑옷을 입고 지내던 개(유엄빠 제공) ⓒ 뉴스1

유기동물 구조단체 유엄빠 역시 최근 강원도의 한 닭장에서 약 5년 동안 방치돼 살아온 개를 구조했다. 오랫동안 관리받지 못해 벗겨낸 털의 무게만 10㎏이 넘었다. 폭염 속에서도 두꺼운 털에 뒤덮인 채 생활하면서 정상적인 체온 조절조차 어려운 상태였다고 단체는 전했다.

반복되는 폭염 피해…"야외 사육 문화도 바뀌어야"

폭염 속 동물 방치는 장기간 야외에서 사육되는 이른바 '마당개'와 '밭지킴이견' 문제로도 이어진다.

특히 국내에서는 마당이나 밭에서 장시간 묶이거나 야외 생활을 하며 폭염을 그대로 견뎌야 하는 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복되는 폭염 피해를 줄이려면 개를 야외에서 기르는 문화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유엄빠 대표는 "동물보호법은 혹서·혹한에 동물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마당개나 밭지킴이견처럼 날씨에 그대로 노출된 채 밖에서 기르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개를 장시간 야외에 홀로 묶어두는 행위 자체를 동물학대로 본다. 우리나라도 개식용 종식을 계기로 반려견을 밖에서 장기간 기르는 관행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열사병 생긴 뒤가 아니라, 그 전에 보호해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야외에 동물을 방치하지 않도록 사육자의 최소 돌봄 의무를 정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어웨어 제공). ⓒ 뉴스1

현행 동물보호법은 보호자가 동물을 사육·관리할 때 질병이나 상해를 예방하고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혹서·혹한 등 극한 환경에 동물을 방치해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로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동물 방임 및 최소 사육·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와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반려동물 최소 사육·관리 기준 마련과 동물 방임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제안해 온 단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현행법상 폭염으로 동물이 열사병에 걸리면 질병에 해당하는 만큼 동물학대"라면서도 "보호자의 사육·관리·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동물에게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개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야외에서 개를 기르는 사례가 많은 만큼 폭염경보나 주의보가 발령되면 일정 시간 이상 동물을 밖에 방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사전 예방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치기보다 지자체가 신속하게 개입해 필요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폭염 재난문자에 반려동물 돌봄 안내 문구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위기 상황에 놓인 동물을 보호하고 인식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그러면서 "폭염 재난문자나 방송에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해 달라'는 안내 문구 한 줄만 추가해도 예방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일일이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홍보와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