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안나'가 싫었다…이해했고, 결국 사랑에 빠졌다"(종합)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알리나 체비크 연출가 라운드 인터뷰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소설을 읽었을 때 주인공 안나가 너무 싫었어요. 브론스키의 아이를 낳는 것부터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화가 났죠. 고민 끝에 안나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니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안나와 사랑에 빠지게 됐네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54)는 톨스토이의 원작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 여자를 주인공으로 어떻게 뮤지컬을 만들지?"하고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1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체비크는 작품을 준비하며 안나를 향한 감정이 '비호감'에서 '이해와 사랑'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러시아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고위 공직자의 아내 안나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19세기 고전이 동시대 관객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체비크는 "현대 사회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안나의 경우처럼, 남자였다면 용서받았을지도 모르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가혹하게 평가받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에도 누군가의 실수를 비난하는 일은 너무나 쉽다"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데, 매스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수했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비난하고 몰아붙이는 상황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비크는 그러면서 "저희 작품 인용문에는 '사람은 심판할 수 없고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경 구절이 나온다"며 "작품이 그와 같은 주제도 담고 있으니 마냥 사랑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옥주현의 공연 회차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옥주현은 이번 작품에서 김소향, 이지혜와 함께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역에 발탁됐다.
체비크는 "내부 상황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공연 회차 분배와 관련한 상황은 들었다"며 "프로덕션과 배우들 등이 함께 논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이다, (옥주현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옥주현은 프로페셔널한 배우다, 탄탄한 성량과 큰 에너지를 갖추고 있다"며 "안나 카레니나 역에 합당하다고 생각해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한국 측에서도 러시아 작품을 올리는 것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체비크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셰익스피어나 괴테의 작품처럼 러시아만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사람을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어가 다르고,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더라도 감정과 공감의 지점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우리가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편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2016년 러시아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에서 초연된 뒤 2018년 한국 초연, 2019년 재연을 거쳐 이번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알리나 체비크는 '정글북' '제인 에어' 등을 연출한 러시아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몬테크리스토'로 2014년 대구국제뮤지컬어워즈(DIMF)에서 대상을 받았다.
삼연으로 관객과 만나는 '안나 카레니나'는 오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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