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장기전"…크래프톤 딥러닝 본부, 게임 넘어 미래를 본다

[인터뷰]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
활발한 연구로 젊은 인재 유치…AI로 게임 패러다임 바꾼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크래프톤 본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8.22/뉴스1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게임 회사 연구 조직의 수장. 이강욱 크래프톤(259960) 딥러닝 본부장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두 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잔잔했던 이 본부장의 눈빛을 흔든 건 게임 이야기였다. 그가 처음 접한 게임인 '창세기전'을 언급하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차분했던 양팔은 어깨 위로 뻗어 나갔다.

이달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크래프톤 본사에서 이 본부장을 만나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의 계획을 물었다.

"30년 전과 다를 것 없는 NPC 수준, AI로 바꾼다"

2021년부터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온 크래프톤은 최근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의 딥러닝 본부는 게임과 업무에 활용되는 AI 기술은 물론, 멀티모달 모델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국제 학회에 총 50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 역량을 입증했다.

이 본부장은 게임 개발에 AI 기술을 접목하게 된 배경을 30여 년 전의 기억에서 찾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 '창세기전'을 밤새도록 했는데, 당시에도 NPC(Non-Player Character)에 말을 걸면 같은 대사가 반복됐다"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AAA급 게임의 대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면 큰 비용을 들여 성우를 고용하고 직접 녹음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LLM(거대 언어 모델)과 생성형 AI를 게임에 접목한 첫 목표는 NPC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어 모델과 음성 합성 기술만 있다면 생동감 넘치는 NPC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크래프톤 본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8.22/뉴스1
"현대도 처음엔 포니 자동차부터 만들었다…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게 우리 강점"

크래프톤은 최근 SK텔레콤(017670) 컨소시엄 소속으로 정부의 '독자 AI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에 선정됐다. 게임사와 이동통신사의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본부장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의 말을 빌려 각오를 전했다.

그는 "유 대표가 '현대자동차는 포니(자동차)부터 만들면서 지금의 현대차가 됐다. 30년 뒤 오픈AI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며 "AI는 긴 싸움이고, 역량을 천천히 쌓다 보면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 진출했듯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크래프톤과 SK텔레콤이 만든 멀티모달 AI 모델은 게임 서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에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일은 상당한 개발 역량이 필요하다"며 "몇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펍지(PUBG)나 인조이(inZOI)에 바로 도입해 이용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는 젊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조직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처음 1년간은 연구에 집중해 우리의 실력을 외부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며 "3년밖에 안 된 신생 조직이라 오히려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고 유연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적용한 '스마트 조이'는 이용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보강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 조이는 이용자가 직접 제어하는 캐릭터(CPC)처럼 NPC를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크래프톤의 AI 기술이다.

이 본부장은 "새롭게 만들고 있는 스마트 조이는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도 지원할 예정"이라며 "캐릭터 하나하나가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8.22/뉴스1

minjae@news1.kr